미국 프로야구 엘에이(LA) 다저스의 류현진(27)이 지난해보다 한결 나아진 구위와 제구력으로 2014 메이저리그 시즌 첫승을 올렸다. 류현진은 23일(한국시각)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개막시리즈 2연전 두번째 경기에 선발로 나와 5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5탈삼진을 기록하는 등 빼어난 투구로 6-0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다저스는 7-5로 개막 2연승을 올렸고,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통산 15승(8패)째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은 3.0에서 2.92로 낮췄다. 타자로서도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나가 득점했다.
류현진은 경기 뒤 “짧게 던져서 아쉽지만 기분 좋다. 3루 베이스를 돌다가 발톱을 좀 다치긴 했지만 괜찮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전날 승리투수가 된 클레이턴 커쇼와 류현진에 대해 “정말 잘 던졌다”고 칭찬했으나 “오늘 후반부 4이닝을 위해 7명의 투수가 던져야 했다. 실망스러웠다”고 불펜 투수들의 부진에는 일침을 가했다.
스스로 “2년차 징크스는 없다”고 말해온 류현진은 지난해보다 훨씬 여유로워 보였다. 지난해 4월3일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한 데뷔전에서 안타 10개를 맞고 3실점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민훈기 <엑스티엠>(XTM) 해설위원은 “애리조나 타선을 편안하게 요리하는 모습은 지난해 데뷔전에서 안타를 맞고 긴장하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구위나 제구력, 볼 배합 모두 지난해 초반보다 좋았다”고 평가했다.
류현진은 이날 87개의 공을 던져 55개를 스트라이크로 꽂았다. 민 위원은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이용해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게 예리했다. 빠른 공에 타자들이 많이 밀렸고 공 끝의 힘도 좋았다”고 말했다. 직구 51개(58.7%), 체인지업 19개(21.8%), 슬라이더 13개(14.9%), 커브 4개(4.6%)로 지난해와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커브는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삼진을 잡아낼 때 결정구는 모두 제구가 뛰어났다.
위기 때마다 삼진을 잡아낸 것이 돋보였다. 류현진은 1회와 2회, 4회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5회는 병살로 마무리했다. 하일성 <케이비에스 엔>(KBS N) 해설위원은 “지난해 위기 상황에서 투구 간격이 빨랐는데, 오늘은 투구 간격을 빠르게도 가져가고 느리게도 가져가 완급 조절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지난 시즌에는 위기 상황에서 유인구를 던져야 할 때 성급하게 승부구를 던지고, 승부를 해야 할 때 도망가는 모습을 보였다.
4회에 잇따른 수비 실책으로 맞은 위기를 벗어난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상대팀의 폴 골드슈미트의 타구가 2루수 디 고든의 글러브를 맞고 뒤로 빠졌다. 무사 1루 위기에서 마르틴 프라도와 맞선 류현진은 바깥쪽 직구로 스탠딩 삼진을 잡아냈다. 1회 때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삼진을 당한 프라도가 체인지업을 노리고 있던 허를 찌른 볼 배합이었다. 팀 동료 핸리 라미레스가 충분히 병살로 처리할 수 있는 타구를 어설프게 처리해 다시 2사 1·2루의 위기를 맞았으나, 류현진은 침착하게 다음 타자 헤라르도 파라를 122㎞ 바깥쪽 슬라이더로 스탠딩 삼진을 잡아냈다. 하일성 해설위원은 “류현진이 부상만 없으면 올 시즌 10승은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23일 호주 시드니 크리켓 경기장에서 열린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경기에 첫 등판한 류현진 선발전을 관전하기위해 경기장을 찾은 호주 교민들이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2014.3.23 / 시드니=연합뉴스
이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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