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새 구장 ‘챔피언스필드’ 개장
2만2262석…시범경기 팬들 몰려
모든 관중석 내야 향하도록 설계
의자 간격 넓고 운동장과 가까워
휠체어석에 소풍테이블·잔디밭도
“정말 편하고 좋아…팀도 우승하길”
2만2262석…시범경기 팬들 몰려
모든 관중석 내야 향하도록 설계
의자 간격 넓고 운동장과 가까워
휠체어석에 소풍테이블·잔디밭도
“정말 편하고 좋아…팀도 우승하길”
“이제 야구만 잘했으면 쓰겄는디…, 고것이….”
64만원을 주고 연회원권을 끊은 ‘야구광’ 박구남(70·상인)씨는 “무등경기장은 좁아서 중요한 경기 때는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이렇게 좋은 야구장이 생겨 소원을 풀었다”며 흡족해했다. 2만2262석의 관중석에 탁 트인 시야, 팔걸이 달린 의자와 외야 잔디밭과 먹을거리까지. 스포츠 건축 명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는 기아(KIA) 팬들의 마음까지 설레게 했다.
15일 두산과의 첫 시범경기(4-6 패)를 시작으로 문을 연 챔피언스필드가 팬들의 열기로 뜨겁다. 1만8000여 관중이 들어왔다. 시범경기 둘째 날인 16일(7-7 무)에는 2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까지 사용된 무등야구장의 1만2000 좌석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치다. 아들, 손자와 함께 야구장을 찾은 김영월(67)씨는 “새 구장은 광주의 새로운 보물”이라며 뿌듯해했다. 챔피언스필드는 2만2262개의 좌석을 갖추고 있는데, 외야에 증축을 하면 2만7000석까지 확대가 가능하다. 한국시리즈 11회 우승을 노리는 기아가 팬몰이에 성공한다면 관중 수입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광주시 북구 임동 무등축구장 자리에 지은 챔피언스필드는 5만7646㎡(1만7468평)의 면적에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 시 예산 396억, 기아 300억, 국비 298억 등 994억원이 들어갔다. 메이저리그 등에서 보여지듯 쾌적한 관전 환경을 통한 가치 증대를 꾀했다. 주차가능 대수도 1115대로 4배 이상 늘었다.
과거 옆 좌석과의 간격이 2㎝로 프로야구장 최악으로 꼽혔던 불명예도 없다. 가로·세로 각 38㎝였던 무등야구장 의자와 달리 가로 42.5㎝, 세로 44㎝로 키웠다. 재질도 두툼해졌고 팔걸이도 뒀다. 앞뒤 간격도 70㎝에 비해 85㎝로 늘렸다. 차준규(45)씨는 “무등야구장은 관중석이 좁아 화장실 한번 가려면 같은 줄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야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고 흐뭇해했다.
자리에 앉으면 시선이 내야에 집중적으로 쏠리게 했고, 방향도 오후에 해를 등질 수 있도록 했다. 가로 35m, 세로 15m 풀 에이치디(HD) 전광판은 국내 최대. 그라운드의 홈플레이트와 관중석 거리가 18.5m로 인천 문학야구장(21.7m)보다도 짧다. 내야 관중석의 경사도는 28도로 완만해 아래쪽에서는 마치 그라운드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1, 3루 쪽에는 툭 튀어나온 ‘서프라이즈 존’을 설치해 선수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전체적으로 관중석이 파고들면서 팬들은 즐겁고, 공을 잡을 수 있는 파울지역이 좁아지면서 투수는 괴로워졌다. 5층 꼭대기의 관중석 경사도는 33도로 조금 ‘아찔’하다. 임지환(30)씨는 “홈플레이트 뒤쪽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는데 매우 편하다”고 말했다.
가족이나 단체를 위한 공간도 확충했다. 외야는 잔디밭으로 가족 단위로 자리를 깔고 야구를 보는 이들이 많았다. 외야 잔디밭과 그라운드 사이 움푹 파인 공간에서는 불펜 투수들이 몸을 풀었다. 불펜 투수들이 ‘팡, 팡’ 미트에 공을 꽂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도 있다. 잔디밭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노기송(35·자영업)씨는 “자리를 깔고 누워서도 볼 수 있어 너무 좋다. 소풍 온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놀 수 있는 ‘키즈 카페’도 설치할 계획이다. 수유실과 놀이방은 기본이다. 기아 구단 관계자는 “관중이 주로 이동하는 통로인 메인 콩코스에서도 그라운드를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개방적이고 공간 이동이 편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기아는 지난해 신생 구단 엔씨(NC)보다 못한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팀 성적에 실망스러웠는지 ‘기아 팬’이 아닌 ‘해태 팬’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하는 팬들이지만 새 구장을 접하자 올 시즌 기대가 커지는 듯했다. 삼형제 가족이 총출동해 3루 쪽 내야 끝 테이블석에 자리잡은 양태진(35)씨는 “마무리 투수와 4번 타자, 이대형과 김주찬한테 기대가 크다. 올해는 4강은 물론이고 우승까지 하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광주/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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