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이 4일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한신 타이거스 입단식에서 등번호 22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와다 한신 감독 “오승환 공, 정규리그에서 처음 보게 될 것”
일본 언론 “요미우리와 개막전 앞두고 정보 유출 차단 의도”
일본 언론 “요미우리와 개막전 앞두고 정보 유출 차단 의도”
“비밀병기, 오승환을 숨겨라.”
‘타도 요미우리’를 외치는 일본프로야구 한신이 오승환(31) 숨기기에 나섰다. 와다 유타카 한신 감독은 라이벌 요미우리와의 시범경기에 오승환을 등판시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스포츠 전문 매체 <데일리 스포츠>는 27일 인터넷판에서 “와다 감독이 오승환을 리그 경쟁팀과의 시범경기에 기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와다 감독은 선수의 행동 하나하나를 마치 해체하듯 분석하는 ‘현미경 야구’를 추구하는 일본 야구의 특성상 정규시즌 시작 전까지 라이벌 요미우리에 오승환에 대한 정보 유출을 막겠다는 의도다. 와다 감독이 센트럴리그 5개 팀과의 내년 시범경기에 오승환을 등판시키지 않겠다고 해 요미우리 외 나머지 팀 타자들도 오승환의 공을 제대로 접하지 못한다.
한신은 2월22일부터 히로시마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3월23일까지 총 17차례 시범경기를 치른다. 와다 감독이 가장 경계하는 팀은 일본 최고 명문이자 올해 리그 챔피언 요미우리다. 3월28일 요미우리와 정규리그 개막 3연전을 치르는 한신은 3월 9~10일 요미우리와 시범경기에서 두 번 격돌한다. 와다 감독은 숙적 요미우리 선수들에게 굳이 팀의 비밀병기이자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을 아낄 심산이다. 와다 감독은 “상대 타자가 오승환의 공을 정규리그에서 처음 보는 것과 그 전에 보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상대팀 전력분석원이 시범경기에서 오승환의 투구를 영상에 담아 분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타자들이 타석에서 직접 접한 것과는 차이가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승환을 ‘요미우리를 무너뜨릴 자객’으로 표현한 <데일리 스포츠>는 타자의 타이밍을 절묘하게 뺏는 투구 자세를 일찍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와다 감독의 결정은 잘한 일이라고 봤다. 오승환은 와인드업 뒤 왼발을 타자 쪽으로 뻗을 때 반 박자 정도 늦게 내민다.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뺏는 데 그만이고 한걸음 이상 가까이에서 던지는 효과도 얻는다. 강한 악력으로 회전력을 높인 직구는 알면서도 못 치는 ‘마구’다. 공을 손에서 놓는 지점에서 동작이 워낙 빨라 타자들의 눈에 공이 잘 보이지도 않는고 소개했다.
와다 감독은 “오승환은 숨기려고 해도 숨겨지지 않는 레벨의 투수로 그의 힘은 일본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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