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크 스캇(35)
프로야구 SK, 외국인타자 스캇 영입
메이저리그서 275만달러 받은 ‘거물’
“상한선 30만달러에 계약” 발표하자
이면합의 의혹…KBO, 사실상 묵인
야구계 “다른 선수도 실제연봉 많아”
몸값 상한선 현실화 논란 수면위로
메이저리그서 275만달러 받은 ‘거물’
“상한선 30만달러에 계약” 발표하자
이면합의 의혹…KBO, 사실상 묵인
야구계 “다른 선수도 실제연봉 많아”
몸값 상한선 현실화 논란 수면위로
275만달러→30만달러. 과연 가능한 계약일까?
프로야구 에스케이(SK)가 19일 새 외국인 선수 루크 스캇(35)을 30만달러에 영입했다고 밝히면서 외국인 선수의 몸값에 대한 의문이 높아지고 있다.
스캇의 경우 올 시즌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뛴 타자로 91경기에서 타율 0.241, 61안타, 9홈런, 40타점을 기록했다. 에스케이 구단도 “스캇은 국내에서 활동한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각각 통산 세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대형 타자”라고 발표했다. 스캇이 받은 올 시즌 연봉은 275만달러였다.
내년 시즌을 대비해 외국인 선수를 데려온 구단들도 하나같이 30만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엔씨는 에릭 테임즈와 총액 30만달러에 계약했고, 두산은 호르헤 칸투와 총액 30만달러에 계약했다. 한화는 펠릭스 피에를 30만달러, 롯데도 루이스 히메네스를 30만달러에 영입했다.
이들은 어떻게 30만달러를 받으며 한국에서 뛰는 계약에 사인했을까. 답은 프로야구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 된 비공식 계약이다. 2004년 제정된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보수 규약에는 연간 보수(계약금과 연봉)가 30만달러로 한정돼 있다. 재계약을 한다면 인상률은 25% 이내다. 여러해 인상 요인이 있다고 해도 100만달러를 넘기 힘들다.
프로야구의 한 해설위원은 “상한선을 지켜서 데려오는 선수는 없다. 괜찮은 선수는 100만달러 정도 줘야 데려올 수 있다. 메이저에서 좀 한다는 선수는 300만달러는 줘야 한다. 한국 자유계약선수들 몸값이 70억씩 되는 걸 생각하면 금방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최근 두산과 엘지는 각각 외국인 선수인 더스틴 니퍼트와 레다메스 리즈와 재계약을 하면서 계약액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규정대로 하지 않고 훨씬 많은 웃돈을 주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실제 한 구단의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선수 영입을 끝낸 구단 중에서 외국인 선수는 모두 100만달러 이상을 주고 데려왔다. 타자 한명은 그 이상으로 국내 외국인 선수 중에서 최고 연봉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 다른 구단의 홍보 관계자는 “30만달러는 당연히 아니다. 그 정도 주고 선수를 데려올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렇게 규약을 어기면서 외국인 선수와의 계약이 이뤄지는 것은 현실론 때문이다. 어차피 에이전트가 개입된 선수 영입에서 구단은 ‘30만달러 최대치 연봉’ 규정을 들어 상대의 과도한 연봉 요구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는 각 구단들이 30만달러 상한선을 지키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눈감아주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규정과 현실이 따로 노는 부조리를 끌고 갈 수는 없다. 최근 들어서는 외국인 선수 연봉을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 연봉을 숨기는 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픈하자고 한다. 그래야 국내 자유계약선수도 몸값이 내려간다”고 말했다. 외국인 연봉 상한선을 현실화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선 30만달러는 2004년 당시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 수준에 맞춘 금액이다. 하지만 현재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은 48만달러다. 그러나 또다른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은 현실적으로 높일 필요는 있지만, 상한선을 아예 없애는 데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자유경쟁이 되면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구단들의 출혈경쟁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 류대환 홍보부장은 “외국인 선수 몸값이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사회에서도 올해 여러 차례 이 문제를 논의했다”며 “내년 상반기에 상한선을 올릴지, 상한선을 없앨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제로 변경할지 등에 대해 케이비오의 최종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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