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마법사’ 스콧 보라스의 벼랑 끝 전술인가?
‘대박’을 예고한 메이저리거 추신수(31·사진)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이 안갯속이다. 당장 결판이 날 것 같았는데, 장기전으로 가는 모양새다. 통상 시즌 개막 전까지 계약하면 되는 것도 협상 줄다리기를 지속시키는 요인이다.
지난 10~13일(한국시각) 메이저리그 구단주와 에이전트들이 대거 참석한 윈터미팅 때, 추신수의 에이전트인 보라스는 “추신수한테 계약 내용을 전달했고, 추신수가 아내와 논의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했다. “추신수가 7년간 1억4000만달러(1473억원) 이상을 원한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다. 그런데 유력한 행선지로 거론되고 있는 텍사스와의 협상은 진통을 겪고 있다. 텍사스는 5년 계약을 원하는 반면 추신수는 7년 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시장에 남아 있는 대어는 추신수와 넬손 크루스(텍사스) 정도다. 추신수와 같은 외야수인 저코비 엘즈버리(30)는 이번 윈터미팅 기간에 보스턴을 떠나 뉴욕 양키스와 7년 1억5300만달러(1611억원)에 사인했다. 뉴욕 양키스의 로빈슨 카노(31)도 시애틀과 10년 2억4000만달러(2527억원)에 계약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정상급 선수인 추신수도 이들보다 못할 게 없다.
외야수 자리를 두고 추신수 영입과 크루스와의 재계약을 놓고 저울질 중인 텍사스는 추신수를 영입해 팀 타선을 보강하고 싶어 한다. 미국의 <이에스피엔>(ESPN)은 17일(한국시각) “텍사스는 넬손 크루스를 입에 올리는 것보다 추신수와의 6년 계약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추신수와의 7년 이상 장기계약에 부정적인 분석도 덧붙였다. 매체는 “추신수는 올 시즌 좌완 투수를 상대로 타율 0.215, 홈런은 1개도 없었다. 텍사스는 추신수에게 저코비 엘즈버리만큼의 대우를 하면서 계약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내년이면 32살이 되는 추신수에게는 장기계약이 중요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연봉을 많이 지급하더라도 계약 기간을 짧게 하는 경향도 존재한다. 구단 입장에서는 자칫 잘못 계약했다가 ‘먹튀’로 피해를 볼 수 있고, 여기에 아시아권 타자는 수명이 짧다는 편견이 있기도 하다.
줄다리기 협상의 달인인 보라스는 추신수의 상품성을 높게 보고 있다. 어떤 팀이든 추신수가 탐나는 것도 사실이다. 보라스는 이미 ‘코리안 특급’ 박찬호(41·은퇴)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다저스)에게 대박 계약을 안겨준 바 있다. 단박에 결정을 내지 못하지만 최후에 구단의 승복을 받아내는 전략이 통했다. 민훈기 <엑스티엠>(XTM) 해설위원은 “추신수로서는 나이도 있고 마지막 기회이니 장기계약을 하면 좋다. 그러나 차선책이라도 나쁠 것은 없다. 보라스의 협상력을 믿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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