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27) 선수
[올해를 빛낸 스타]
① 프로야구 홈런왕 넥센 박병호
① 프로야구 홈런왕 넥센 박병호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이 열린 10월14일 목동. 0-3으로 뒤진 9회말 투아웃, 주자 2명을 두고 넥센의 박병호가 나왔다. 두산 벤치는 거르라는 사인을 내보냈다. 연거푸 바깥쪽 볼이 들어왔다. 박병호도 ‘나를 거르려는구나’라고 짐작했다. 그 순간 박병호는 생각했다. “어쩌면 이게 마지막 타석이 될 수도 있다. 아쉬움을 남기지 말자.” 3구째 공이 스트라이크존 근처로 다가오자 박병호는 주저 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공은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9회말 투아웃에 터진 만화 같은 동점 3점포였다. 넥센은 연장 13회 혈투 끝에 5-8로 져 가을야구를 접었지만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홈런이었다.
타격 4관왕·MVP 거머쥔 최고시즌
준PO 5차전 9회말 동점홈런 기억
“팬들 열광하게 하는 선수 되고파” 2년 연속 전경기 출장 통해 기른
인내심·선구안이 올해 활약 비결
“내년 시즌도 전경기 출장이 목표” 지난달 29일 목동구장에서 만난 박병호(27·사진)에게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고 물었더니, 이 홈런 이야기를 한다. “어떤 아저씨가 밤늦게 퇴근하면서 지하철에서 디엠비(DMB)로 제가 홈런 치는 모습을 봤대요. 이 홈런으로 지친 채 집에 가는 자기 모습을 잊을 수 있었다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홈런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어요. 저의 홈런으로 사람들이 힘든 일상을 잊고 열광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이제 박병호에게 홈런은 기록이 아니라 팬과 자신을 이어주는 통로다. 홈런 그 이상의 홈런. 그래서 박병호는 홈런 1위가 아닌 ‘홈런왕’이다. 박병호는 올해 프로야구 최고의 별이었다. 지난 시즌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어내고 넥센의 붙박이 4번 타자로 홈런왕과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지만, 모든 팀의 경계 대상이 된 올해도 그런 활약을 이어갈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올 시즌 한층 진화된 모습으로 나타난 박병호는 시즌 타율 0.318, 37홈런으로 2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고 타점 1위(117), 득점 1위(91), 장타율 1위(0.602), 볼넷 1위(92)를 휩쓸며 다시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2년 연속 최우수선수는 선동열(1989~1990), 장종훈(1991~1992), 이승엽(2001~2003)에 이은 역대 4번째다. 진화의 비결은 늘어난 볼넷이다. “저에 대한 분석이 끝나서 성적이 떨어질 거라는 전망이 많았어요. 그래서 목표로 잡은 게 더 많은 볼넷이었어요. 투수들이 까다롭게 승부할 거니까 더 신중하게 공을 보려고 했죠.” 지난 시즌 73개였던 볼넷은 올해 92개로 늘었고, 111개였던 삼진은 96개로 줄었다. 지난해 133경기 전 경기 출장은 박병호의 선구안을 향상시켰다. “모든 경기에 출장하면서 많은 공부를 했어요. 공이 비슷하게 올 때 한번 참아보면 ‘이 궤적이 볼이구나’ 이런 걸 느끼면서 나만의 스트라이크존이 형성됐죠.” 올 시즌 128경기 출장으로 사상 최초로 4번 타자 2년 연속 전 경기 출장 기록을 세운 박병호의 내년 목표도 오직 전 경기 출장이다. “야구는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경기를 하면 할수록 새로운 상황과 새로운 볼이 와요. 그걸 몸으로 느끼면서 배우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올해 몸이 아파도 지명타자로라도 경기에 출장했어요. 내년에도 전 경기 출장을 목표로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성장하고 싶어요.” 첫 가을야구의 짜릿한 경험도 박병호에게 쓴 보약이 됐다.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전국민이 바라보니 매 경기 피가 말라요.” 올 시즌 특별히 아쉬운 게 없다고는 하지만 자꾸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미디어데이에서 두산 투수들이 저랑 승부를 안 하겠다고 말했는데 저도 모르게 이 말을 신경쓰기 시작한 거예요. 볼이 오면 거르나? 스트라이크가 오면 승부하나? 투수와의 타이밍 싸움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딴 생각이 들었어요. 단기전에서 심리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죠.” 박병호는 올해 꿈이 생겼다. “3월 세계야구클래식(WBC) 때 야구대표팀에 뽑히지 못했어요. 우리나라 최고가 모이는 대표팀에 오른다면 그것 또한 자부심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이후로 제게 꿈이 하나 생긴 거죠.” 내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은 박병호가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기회다. “태극마크는 목표라기보다는 꿈이죠.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낸다면 기회가 오겠죠.” 글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준PO 5차전 9회말 동점홈런 기억
“팬들 열광하게 하는 선수 되고파” 2년 연속 전경기 출장 통해 기른
인내심·선구안이 올해 활약 비결
“내년 시즌도 전경기 출장이 목표” 지난달 29일 목동구장에서 만난 박병호(27·사진)에게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고 물었더니, 이 홈런 이야기를 한다. “어떤 아저씨가 밤늦게 퇴근하면서 지하철에서 디엠비(DMB)로 제가 홈런 치는 모습을 봤대요. 이 홈런으로 지친 채 집에 가는 자기 모습을 잊을 수 있었다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홈런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어요. 저의 홈런으로 사람들이 힘든 일상을 잊고 열광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이제 박병호에게 홈런은 기록이 아니라 팬과 자신을 이어주는 통로다. 홈런 그 이상의 홈런. 그래서 박병호는 홈런 1위가 아닌 ‘홈런왕’이다. 박병호는 올해 프로야구 최고의 별이었다. 지난 시즌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어내고 넥센의 붙박이 4번 타자로 홈런왕과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지만, 모든 팀의 경계 대상이 된 올해도 그런 활약을 이어갈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올 시즌 한층 진화된 모습으로 나타난 박병호는 시즌 타율 0.318, 37홈런으로 2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고 타점 1위(117), 득점 1위(91), 장타율 1위(0.602), 볼넷 1위(92)를 휩쓸며 다시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2년 연속 최우수선수는 선동열(1989~1990), 장종훈(1991~1992), 이승엽(2001~2003)에 이은 역대 4번째다. 진화의 비결은 늘어난 볼넷이다. “저에 대한 분석이 끝나서 성적이 떨어질 거라는 전망이 많았어요. 그래서 목표로 잡은 게 더 많은 볼넷이었어요. 투수들이 까다롭게 승부할 거니까 더 신중하게 공을 보려고 했죠.” 지난 시즌 73개였던 볼넷은 올해 92개로 늘었고, 111개였던 삼진은 96개로 줄었다. 지난해 133경기 전 경기 출장은 박병호의 선구안을 향상시켰다. “모든 경기에 출장하면서 많은 공부를 했어요. 공이 비슷하게 올 때 한번 참아보면 ‘이 궤적이 볼이구나’ 이런 걸 느끼면서 나만의 스트라이크존이 형성됐죠.” 올 시즌 128경기 출장으로 사상 최초로 4번 타자 2년 연속 전 경기 출장 기록을 세운 박병호의 내년 목표도 오직 전 경기 출장이다. “야구는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경기를 하면 할수록 새로운 상황과 새로운 볼이 와요. 그걸 몸으로 느끼면서 배우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올해 몸이 아파도 지명타자로라도 경기에 출장했어요. 내년에도 전 경기 출장을 목표로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성장하고 싶어요.” 첫 가을야구의 짜릿한 경험도 박병호에게 쓴 보약이 됐다.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전국민이 바라보니 매 경기 피가 말라요.” 올 시즌 특별히 아쉬운 게 없다고는 하지만 자꾸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미디어데이에서 두산 투수들이 저랑 승부를 안 하겠다고 말했는데 저도 모르게 이 말을 신경쓰기 시작한 거예요. 볼이 오면 거르나? 스트라이크가 오면 승부하나? 투수와의 타이밍 싸움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딴 생각이 들었어요. 단기전에서 심리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죠.” 박병호는 올해 꿈이 생겼다. “3월 세계야구클래식(WBC) 때 야구대표팀에 뽑히지 못했어요. 우리나라 최고가 모이는 대표팀에 오른다면 그것 또한 자부심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이후로 제게 꿈이 하나 생긴 거죠.” 내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은 박병호가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기회다. “태극마크는 목표라기보다는 꿈이죠.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낸다면 기회가 오겠죠.” 글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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