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가봐야 결판날 것 같다.”
4강 윤곽이 드러나도 감독들은 “아직도 모른다”고 말한다. 숨막히는 혼전의 연속이다. 선두 엘지(LG)부터 4위 넥센까지 3경기 차. 9일 현재 시즌 128경기 가운데 남은 16~22경기에 모든 것이 달렸다.
가을잔치를 향한 야구전쟁의 뇌관은 엘지의 강세다. 1994년 이후 19년 만의 정규 우승까지 노린다. 야구판 흥행과 직결된 엘지의 급부상은 김기태 감독의 지도력이 기관차가 되고, 여느 때와 달리 끈끈하게 뭉친 선수들이 추진력을 싣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최근 선수들이 어려운 경기를 이겨내면서 뒷심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타격순위 2~5위에 포진한 이진영(0.334)-정성훈(0.325)-박용택(0.321)의 화력은 득점권일 때 더 뜨겁다. 승률 1위에 구원 부문 전체 2위(34세이브)에 오른 봉중근과 팀의 구심적 역할을 하는 주장 이병규의 힘으로 65승48패(승률 0.586) 1위를 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4강권의 안정적 마지노선은 70승”이라고 한다. 그러나 엘지의 시선은 4강이 아니라 정상에 맞춰져 있다. 이번주 10, 11일 맞서는 두산과의 대결은 미리 보는 포스트시즌 서울 라이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을 노리는 삼성은 주춤하다. 7월까지 1위를 달리다가 지금은 엘지에 추격당했고, 3~4위와의 격차도 1.5~2경기 차다. 지난해보다 다소 약화된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조동찬, 채태인이 부상치료중이기 때문. 여기에 이승엽도 허리가 좋지 않다. 목표인 정규 우승을 위해서는 남은 19경기에서 반타작 이상을 해야 한다. 류중일 삼성 감독의 머리는 복잡하다.
김진욱 감독의 두산은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바짝 치고 올라왔다. 62승48패2무(승률 0.564)로 1위 엘지에 2.5경기 차로 3위를 달리고 있다. 단순히 4강권 팀이 아니라 정상을 노릴 수 있는 복병으로 떠올랐다. 두산은 주말 넥센전에서 2연패했지만, 직전 7경기에서 연승하며 거침없이 내달렸다. 엘지와의 10, 11일 대결엔 자존심이 걸렸는데, 이후 4강 희망을 놓지 않은 에스케이(5위)·롯데(6위)와의 원정경기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꾀주머니’ 염경엽 감독의 넥센은 2008년 창단 이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다. 61승48패2무(승율 0.560)로 4강권의 8부 능선을 넘었다. 70승이 4강권을 가르는 기준이라면, 앞으로 남은 17경기에서 9승을 하면 된다. 5위 에스케이와 4.5경기 차이라 간격이 있고, 최근 4연승으로 분위기가 좋다. 박병호, 이성열, 김민성, 강정호를 앞세운 팀홈런 1위(106개)의 파괴력과 105개의 도루를 기록한 스피드 야구로 이번주 삼성, 에스케이와의 정면 승부를 한다.
5위 에스케이(54승50패2무)와 6위 롯데(53승51패3무)는 남아 있는 21~22경기에서 16~17승을 해야 4강 안정권에 들어가기 때문에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