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 밀워키전서 메이저 데뷔
7회 등판 세 타자 상대 무실점
볼넷·안타 허용뒤 병살타 유도
투구수 14개 중 직구가 13개
‘초구는 직구’ 약속도 지켜
“긴장해 컨트롤 왔다갔다 했다”
7회 등판 세 타자 상대 무실점
볼넷·안타 허용뒤 병살타 유도
투구수 14개 중 직구가 13개
‘초구는 직구’ 약속도 지켜
“긴장해 컨트롤 왔다갔다 했다”
임창용(37)이 던진 공이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꿈틀댔다.
“초구는 직구.” 메이저리그 등판 첫 공을 직구로 던지겠다고 말해왔던 임창용은 첫 타자인 숀 홀턴에게 시속 147㎞의 ‘뱀직구’를 던졌다.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벗어났으나 홈플레이트 앞에서 타자 몸쪽으로 꿈틀대며 휘어지는 위력은 여전했다.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거친 베테랑 임창용도 메이저리그 첫 등판에서는 신인처럼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임창용은 경기 뒤 “첫 등판이라 그런지 컨트롤이 왔다 갔다 했다. 점수 차가 1점밖에 나지 않아 나도 모르게 많이 긴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카고 컵스의 임창용이 8일(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밀워키와의 안방경기에서 팀이 3-4로 뒤진 7회말 1사 뒤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⅔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았다. 전체 14개 공 중에서 13개가 직구였고 아오키 노라치카를 상대로 던진 3구째 체인지업이 유일한 변화구였다.
임창용은 2구째도 직구(포심 패스트볼)를 던져 메이저리그 데뷔 첫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아쉽게 홀턴을 볼넷으로 내보낸 임창용은 이어 나온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시절 동료인 아오키에게 우전안타를 맞고 1사 1·2루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다음 타자인 진 세구라를 병살로 잡아내 이닝을 마쳤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던 임창용은 동료들과 글러브를 마주치며 호수비에 감사를 표하면서 굳었던 얼굴을 풀고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임창용은 초구를 던지고 난 뒤 공에 침을 바르다 주심에게 한차례 경고를 받았다. 투수가 마운드 위에서 손을 입이나 입술에 가져다 대거나 공에 침을 바르는 행위는 한국이나 미국 모두 부정 투구로 제재 대상이다. 공에 침을 묻힌 후 던지면 접착력이 뛰어나서 공의 회전이 더 좋아지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투수들이 간혹 입이나 입술에 손을 갖다 대는 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심판이 적극적으로 제재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날 심판의 경고는 메이저리그에 첫 등판한 ‘임창용 길들이기’로 보인다. 임창용은 경기 후 머쓱한 듯 “공이 미끄러워서 침을 좀 발랐다”며 웃었다.
임창용은 1994년 박찬호 이래 메이저리그 무대에 오른 14번째 한국인 선수로 이상훈, 구대성, 박찬호에 이어 네번째로 한국·미국·일본 프로야구에서 모두 뛴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시카고 컵스는 3-5로 졌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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