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
한국인 14번째…최고령 진출
컵스, 내년 시즌 위해 테스트 한·일·미국서 모두 성공할지 주목
다음주 추신수와 대결 가능성도 ‘뱀직구’로 ‘염소의 저주’를 풀어라. 염소의 저주는 1945년 시카고 컵스와 디트로이트의 월드시리즈 4차전이 열린 리글리필드구장에 염소를 데리고 입장하려던 관중이 구단주의 제지를 받자 “다시는 여기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못할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은 데서 유래한다. ‘염소의 저주’ 탓인지 시카고 컵스는 1907년과 1908년 2년 연속으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이후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에서 100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한 유일한 팀이 됐다. 지난해 연말 특급대우를 받던 일본 야쿠르트에서 방출된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미국행을 택한 임창용(37)이 빅리그 입성의 꿈을 이뤘다. 등번호 12번. 시카고 컵스는 5일(한국시각) 임창용을 메이저리그로 승격시켰다. 한국인 출신으로는 14번째이며, 2005년 당시 36살로 뉴욕 메츠에 데뷔한 구대성(44)의 기록을 뛰어넘는 한국인 최고령 메이저리거다. 임창용은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직후 “염소의 저주를 풀 수 있기를 바란다. 메이저리그 무대가 어떤지 긴장되고 흥분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임창용이 최고의 무대에 서기까지는 18년이 걸렸다. 1995년 해태에서 데뷔한 임창용은 99년 삼성으로 이적했고, 2007년 12월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로 옮겼다. 한국에서 뛴 13년간 104승66패, 168세이브. 데뷔 5년째인 1999년 평균자책점(2.14) 1위에 올랐고, 변화무쌍한 공으로 한국프로야구 통산 168세이브(역대 5위)에 올라 있다. 98년(해태) 12월 양준혁·곽채진·황두성(이상 삼성)과 3 대 1 트레이드로 삼성으로 둥지를 옮긴 뒤 99년 38세이브를 올렸고, 2004년 36세이브를 달성하는 등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2004년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가 된 임창용은 11월18일 삼성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꿨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포기하고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2005년 시즌 도중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받는 등 큰 시련을 맞았다. 결국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임창용은 다시 해외로 눈을 돌렸다. 임창용은 일본에서 160㎞에 가까운 직구와 슬라이더로 4년 동안 무실점투를 이어가며 부활해 ‘미스터 제로’로 이름을 날렸다. 2009년 역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팬 선정 올스타에 뽑힌 임창용은 야쿠르트에서 5년간 11승13패 128세이브, 평균자책점 2.09라는 화려한 기록을 세웠다. 임창용은 지난해 7월 일본에서 오른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후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데일 스웨임 시카고 컵스 감독이 임창용을 메이저리그로 올린 것은 구위를 점검한 뒤 내년을 기약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카고 컵스는 밀워키와 더불어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꼴찌를 다투고 있다. 남은 경기를 가능성 있는 신인을 발굴하는 장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임창용이 내년 주전 마무리 보직을 따내기 위해서는 올 시즌 등판에서 확실히 눈도장을 받아야 한다. 또 현재 마무리 투수 케빈 그레그(35)와 일본인 투수 후지카와 규지(33) 등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임창용은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에이(A) 아이오와 컵스에서 11경기에 등판해 11⅓이닝을 던져 단 1실점, 평균자책점 0.79를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 21차례 등판해 평균자책점 1.61이라는 빼어난 성적으로 메이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이르면 10~13일 사이에 임창용과 추신수의 맞대결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시카고 컵스는 현재 23경기를 남겨두고 있고, 10일부터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 속한 신시내티와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원정 3연전을 치른다. 임창용이 신시내티전 3연전에 등판한다면 역대 16번째 메이저리그 한국인 투타 대결이 성사된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