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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엘리트 온다고 기대했을텐데…1승은 해야죠”

등록 2013-09-05 19:10수정 2013-09-06 09:53

이정호
이정호
고교선수 출신 서울대 야구부 투수 이정호의 6개월

덕수고 시절 외야수로 활약
대학서 투수 전업뒤 7전 전패
“공부 열심히 해 장학금 받아
프로 입단도 여전히 꿈꿔요”
“지난 학기 학점 3.3에 장학금도 300만원 받았어요.”

본인 스스로도 대견스러워한다. 야구 명문 덕수고에서 선수로 활약하다가 특기생이 아닌 수시입학으로 올해 초 서울대에 입학해 화제를 모았던 이정호(20·사진·체육교육과). 야구 엘리트 선수로는 처음 서울대에 입학해 야구부에 들어간 이정호는 4일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야구 연습에 30분 늦었다. 수업(교육학 개론)을 듣고 오느라 늦었다. 먼저 운동장에 온 8명의 야구선수들은 이미 몸을 풀고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간 상태. 4년 전부터 서울대 야구부 감독을 맡아 온 이광환(65) 전 프로야구 감독은 가장 먼저 운동장에 나와 물을 뿌리며 선수들을 기다렸다. 모두 18명인 서울대 야구부 가운데 이날 훈련에 참가한 선수는 9명. 수업이나 개인 사정에 따라 훈련 참가 여부를 미리 통보한다. 그러니 이 감독은 “매일매일 손님을 받는 심정으로 선수를 기다린다”고 말한다.

고교 시절 외야수로 활약한 이정호는 대학에서는 ‘당연히’ 투수다. 올해 공식대회에 출전해 7경기를 치렀다. 물론 7전 전패다. 대부분 5회 콜드 패. 0-11 이상의 점수이다. 이정호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은 취미 수준으로 하니 당연한 결과이다. 서울대에 35개의 야구 동호회가 있는데, 그 어떤 야구 동호회에도 쉽게 이기지 못하는 실력이다.

“덕수고 시절에는 이기는 데 익숙했는데, 대학에서는 지는 데 익숙해졌어요.” 한 경기당 130여개의 공을 던지곤, 항상 콜드 패를 당하니 처음엔 속도 상했다. 엘리트 선수 출신이 합류했으니 서울대가 이제 1승을 추가할 것이라는 주변의 기대도 부담스러웠다.

서울대가 1승을 거둔 것은 2004년 9월 전국대학야구 가을철 리그에서 송원대에 2-0으로 이긴 것. 공식적으로 199연패 끝에 거둔 1승이라 주목을 받았다. 당시 송원대가 신생팀이었고, 서울대에는 핸드볼 선수 출신의 투수와 야구 선수 출신인 2명의 일본 교환학생이 있었기에 그런 ‘기적’이 가능했다.

그러나 서울대 야구부는 해방 직후인 1947년에 열린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전력도 있다. 당시엔 모든 대학에 특기생이 없어 가능했다. 이정호는 “대학 재학 동안 꼭 1승을 올리겠다”고 각오를 보인다. 이 감독은 “서울대 야구부가 공식 경기에서 1승을 올리는 것은 한 프로야구팀이 10년 연속 코리안시리즈 우승을 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농담조로 비유한다.

하지만 이정호는 즐겁다. 고교 시절 야구부에서는 혼자 코피를 흘리며 공부를 해 어렵게 성적을 끌어올려 대학에 입학했지만 이제는 마음껏 공부를 할 수 있다. “공부가 재미있어요. 특히 전공 공부에 마음이 끌리네요.” 이정호는 대학 졸업 뒤 미국이나 일본에 유학을 가서 장래 스포츠 행정가로 자리잡는 데 기반을 닦고 싶어한다. 한편으로는 야구도 열심히 해서 프로구단에 스카우트돼 한동안 선수 생활도 하고 싶단다.

“인생에 있어 운동(야구)도 중요하지만 공부를 하지 않고는 생명력이 길 수 없어요. 본인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공부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공부하는 운동선수’의 본보기로 교육계와 체육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정호는 후배들에게 좋은 선례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운동과 공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어한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유난히 흰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이정호는 ‘서울대학교’라는 글씨가 새겨진 유니폼을 챙겨 입고 운동장 한가운데로 뛰어간다. 포수가 자리를 잡는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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