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기아)
30일 다저스의 중견수 맷 캠프가 던진 공이 홈플레이트 오른쪽으로 크게 벗어나는 순간, 나는 퍼뜩 기아 타이거즈의 마무리 투수 앤서니 르루가 승리를 날려버린 뒤 포수의 어깨를 ‘아무렇지 않게 다정히’ 잡고 마운드를 내려온 게 생각났다. 팬들은 승리를 날려버린 마무리 투수의 어깨를 감싸주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이날 캠프가 던진 공은 포수 에이제이 엘리스의 몸을 맞고 앞쪽으로 튀었다. 이 틈을 탄 3루 주자 필라델피아의 마이클 영의 홈 쇄도에 류현진의 승리는 ‘7’을 기록하지 못했다. 기아 팬은 함께 단발마의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류현진의 승리도 이렇게 날아가는구나.’
마무리 투수의 ‘불쇼.’ 태평양 건너 두 팀 팬들의 하나같은 공감대다. 기아의 마무리 투수 앤서니는 지난 2일 엘지(LG)전서 4-0으로 앞선 9회초에 올라와 4안타를 두들겨 맞으며 4-4 동점을 허용했다. 왼손 선발 양현종의 승리로 끝날 경기였다. 연장 끝에 엘지의 승리로 끝나자 엘지 선수들은 물을 끼얹으며 자축했고, 기아 팬들은 텔레비전 리모컨을 바닥으로 던졌다.
앤서니는 28일에도 똑같은 사고를 쳤다. 삼성과의 경기에서 5-3으로 앞선 9회말에 등판해 안타를 두들겨 맞으며 2아웃을 잡는 동안 3점을 그냥 내줬다. 5-6 역전패. 앞선 경기처럼 선발 양현종이 힘겹게 3실점으로 막아놓은 경기였다. 똑같은 사고 앞에서 양현종도 기아 팬들도 말문을 잃었다.
다저스의 고민도 마찬가지다.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지난 12일 마무리 투수를 브랜든 리그에서 켄리 잰슨으로 교체했다. 리그는 ‘불을 끄러 올라왔다가’ 평균자책점 6.00을 기록하며 다저스의 승리를 4번이나 지키지 못했다. 항상 잘 던지고 내려오는 선발 류현진에게도 악재였다. 대신 올라온 켄리 잰슨도 30일 류현진의 승리를 지켜주지 못하고, 대신 9회말 팀타선의 끝내기에 힘입어 승수를 챙겨갔다. 류현진은 30일 경기 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료선수들이) 일부러 실책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 구원투수나 실책을 한 야수들 다 미안하다고 했다. 아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승리를 놓친 투수와 팬, 아쉽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한국을 대표하는 왼손 투수 류현진(26)과 양현종(25)의 승리를 지켜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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