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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안타 치고 뛰다가 구토까지 했다”

등록 2013-05-22 17:15수정 2013-05-23 08:55

이대호 (31·오릭스)
이대호 (31·오릭스)
[한겨레 현지 단독 인터뷰] 이대호의 오릭스 서바이벌
알레르기·감기로 아파도 죽을 정도 아니면 ‘출장’

2년차 징크스 없이 좋은 성적
알레르기·복통·설사 시달려도
참고 출전해 경기중 구토까지
내년 메이저리그행 여부 묻자
“계약은 시즌 뒤 생각할 문제”
‘절친’ 추신수 언급엔 “좋은 선수”
두 선수 비교 달가워하지 않아
한국 최고 거포 부담 크지만
“자존심 지키겠다” 각오 다져
“이대호!” “이대호!”

19일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의 4번 타자 이대호(31)가 안방 오사카 교세라돔에 등장하자 외야 서포터스석이 술렁였다. 1m94, 130㎏의 거구가 34인치 방망이를 장난감 흔들듯 들고 선 폼이 위압적이다. 인기가 높지 않은 팀인데도 이대호와 같은 최고의 선수가 와서 뛰는 것 자체만으로도 서포터스는 즐겁다고 했다.

다음날 낮 교세라돔의 1층 인터뷰룸에서 <한겨레>와 단독으로 만난 이대호는 “항상 잘 칠 수는 없어요. 하지만 핑계는 통하지 않아요. 투수 견제가 심해도 이겨나가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4월 한달 타율 4할대, 홈런 5개로 질주하다가 5월 들어 홈런 1개로 주춤하다. 하지만 위축은 없다. 여전히 타율 0.333으로 팀내 1위이고, 퍼시픽리그 전체 2위다. 나카무라 준 오릭스 국제부장은 “이대호 없는 팀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팬들의 반응이 이를 웅변한다. 이날 오후 열린 요코하마와의 2차전에서 아이치에서 왔다는 회사원 사토(35)는 8회 0-4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대호가 나오자 목청을 돋웠다. 그는 “이대호를 믿는다. 일·한 3관왕을 꼭 달성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면도칼 제구와 천변만화의 변화구를 장착한 일본 투수를 상대하기는 만만치 않다. 지난해 일본 무대 데뷔 리그 타점왕(91점)에 오른 이대호에 대한 견제는 점점 커지고 있다. 당연히 이대호의 ‘생존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잘하지 못하면 철저하게 외면받는” 일본에서 일단 결장하지 않고 꾸준히 나서는 게 중요하다.

이대호는 “안타를 치고 뛰다가 어지러워서 구토까지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12일 안방 교세라돔에서 열린 닛폰햄과의 경기 1회 1타점 적시타를 친 이대호는 4회 수비 때 교체됐다. 몸이 안 좋아 더그아웃에 들어설 때는 구토 증세도 느꼈다. “한달 동안 알레르기로 고생하다 전날 감기까지 겹쳐 복통과 설사로 잠을 잘 못 잤다. 감독이 ‘경기 할 수 있냐’고 물어보길래 뛸 수 있다고 했다.” 죽을 정도로 몸이 아프지 않으면 출장하겠다는 의지다. 물론 믿음을 주지 못하면 출장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이대호는 “잘 못 치면 경기에 못 나가죠. 될 수 있으면 나갈 수 있을 때 많이 나가려고 해요”라고 말했다.

최근 주춤한 것에 대해서는 심리적 부담의 일면을 드러냈다. 그는 “일본 투수들의 견제가 심한 것도 있고 내가 급한 것도 있다”고 했다. 계약금 2억엔, 연봉 2억5000만엔 등의 팀내 최고액 선수인데, 팀은 퍼시픽리그 6개 팀 가운데 5~6위권에 처져 있다. 오릭스는 강팀이 아니다. 모든 선수가 다 잘해야 돌아간다. 그는 “내가 안 좋을 때 팀이 이기면 빨리 극복할 수 있지만 팀이 지면 힘이 빠지고 부담도 많이 생긴다. 슬럼프가 오면 스트레스 받기보다는 남의 눈치 신경쓰지 말고 자신감을 찾으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이대호가 20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요코하마와의 경기에 앞서 타격 연습을 하고 있다. 연습 타석에 들어서 10분간의 강도 높은 프리배팅을 한 이대호가 헬멧을 벗자 얼굴에 땀이 흐른다.
이대호가 20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요코하마와의 경기에 앞서 타격 연습을 하고 있다. 연습 타석에 들어서 10분간의 강도 높은 프리배팅을 한 이대호가 헬멧을 벗자 얼굴에 땀이 흐른다.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 손에서 큰 이대호는 스스럼없고 활달하다. 2009년 결혼한 아내 신혜정씨와 두살배기 딸은 가장 큰 힘이다. 19일 경기가 끝난 뒤에는 모처럼 교세라돔에서 경기를 지켜본 장모님과 처제들을 데리고 저녁 먹으러 나서는 표정이 밝았다. 그는 “가족들 앞에서 잘하려고 하면 힘이 들어가서 오히려 더 안 된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하려고 한다”며 쑥스러워했다.

팀 동료 가운데는 외국인 3번 타자인 아롬 발디리스나 어린 일본 선수들과 친하게 지낸다고 한다. 그는 “오릭스 선수들은 파이팅이 넘치고 서로 이해해준다. 팀 분위기도 좋다”고 표현했다. 후배들이 물어볼 땐 “돈 주고 살 수 없는” 조언도 해준다. 지난해 1군 무대에 진입한 가와바타 다카요시가 슬럼프에 빠졌을 땐, “프로무대 첫 시즌이라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그렇다. 배트 무게를 줄이라고 했는데, 그다음부터 잘 쳤다”는 얘기를 소개했다.

솔직한 면도 이대호의 장점이다. 21일 현재 팀은 19승22패로 퍼시픽리그 하위권. 이대호는 “어린 선수들이 팀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걸 보면 안타깝죠. ‘돈 많이 받는 내가 스트레스 받으면 되니 너희들은 즐기면서 편하게 뛰라’고 말해줍니다”라고 했다. ‘큰 선수’라는 자존감은 기본이다. 이만수 이후 22년 만에 타율, 타점, 홈런 3관왕(2006)을 차지했고 2010년 사상 최초로 타격 7관왕에 오른 이대호다. 코리아 슬러거라는 타이틀이 항상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오릭스와 2년 계약이 끝나는 이대호의 구상은 아직 미확정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에이전시를 통해 접촉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대호는 오릭스 팀에 대해 예의를 강조했다. 이대호는 “시즌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벌써 재계약을 떠올릴 단계는 아니다. 시즌이 끝나면 계약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산 수영초등학교 때부터 ‘절친’인 메이저리그 신시내티의 추신수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했다. “준비도 많이 했고, 고생도 많이 했는데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고 있는 좋은 선수다.”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에 오면 통할 선수’라는 추신수의 평가에 대해서는 “친구가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고 했다. 추신수와 비교하는 것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는 “최고나 제일이라고 인정받는 선수를 모델로 삼아서 그 선수보다 잘하겠다고 생각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지난해 무난하게 안착했던 이대호는 올 시즌 지난해의 25번 등번호를 떼고, 국내 시절 상징이었던 10번을 달았다. 그는 “만족이라는 것은 없다. 첫해 성적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올 시즌 홈런을 더 많이 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벌써 20개의 홈런을 때려내고 있는 요코하마의 토니 블랑코 선수가 추격 대상이다. “블랑코처럼 홈런 많이 치고 싶죠. 하지만 홈런왕 절대 쉬운 게 아닙니다.” 이대호의 표정이 진지했다. 오사카/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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