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류현진(26)의 주무기는 슬라이더였다.
14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류현진이 7-5 승리의 밑돌을 놓은 공은 슬라이더였다.
류현진은 이날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직구 51개, 체인지업 31개, 슬라이더 14개, 커브 11개 등 107개의 공을 뿌렸다. 이 가운데 슬라이더는 약방의 감초처럼 결정적인 순간 활용됐다.
애리조나의 강타선한테 뽑아낸 9개의 삼진 가운데 4개가 슬라이더 공에서 나왔다. 직구와 체인지업이 각각 2개, 커브가 1개였다. 가운데로 날아가다가 예리하게 옆으로 꺾이며 떨어지는 구질의 슬라이더와 묵직한 직구, 현란한 체인지업, 폭포처럼 아래로 뚝 떨어지는 낙차 큰 커브로 상대를 질식시켰다.
류현진은 “직구,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네 가지 구종을 고루 잘 던졌다. 특별한 공은 없었고 상황에 따라서 거기에 맞는 공을 던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 던지는 공은 있다. 류현진은 “지난 경기부터 슬라이더가 각이나 스피드가 좋아졌다. 오늘도 슬라이더를 많이 던졌다”고 했다.
1회 세명의 타자를 삼진과 범타로 처리한 류현진은 2회 두명의 타자를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류현진은 3회 커브를 처음으로 던졌다. 상대 투수인 9번타자 이언 케네디에게 커브를 던져 헛스윙 스트라이크를 잡아낸 뒤 이어진 슬라이더로 삼진을 뺏었다. 류현진은 헤라르도 파라한테 헛스윙 삼진을 유도해 커브로 첫 삼진을 뽑아냈다. 이후 6회까지 체인지업과 슬라이드를 섞어가며 9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국내 프로야구에 몸담고 있던 시절에도 잘 드러나지 않았다. 류현진은 직구와 체인지업만으로도 탈삼진왕에 오르기에 충분했다. 메이저리그의 각종 스카우팅리포트에도 류현진의 주무기는 체인지업으로 기록돼 있다.
이용철 <한국방송>(KBS) 해설위원은 “상대팀들도 류현진과의 대결을 앞두고 체인지업 공략법을 집중 탐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이를 꿰뚫어 본 것일까. 두번째 경기에 이어 세번째 경기에서도 국내에서 주로 던졌던 체인지업보다 슬라이더를 적절히 구사해 타자들의 의표를 찔렀다.
류현진과 짝을 이룬 포수가 매번 바뀌었다. 이날은 시즌 개막 뒤 트레이드돼 다저스에 합류한 포수 라몬 에르난데스와 짝을 이뤘다. 투수와 포수로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는데도 둘은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경기 중에 에르난데스가 마운드에 올라 류현진에게 조언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류현진은 “볼카운트가 불리해지자 포수가 마운드에 올라와 ‘무슨 공 던지고 싶냐’고 묻길래 체인지업 던지고 싶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류현진은 이날도 포수가 원하는 대로 공을 던졌다. 그는 “다들 그날 잘 들어가는 공을 주로 주문하는 공통점이 있다. 던지라는 대로 던지니 결과가 좋았다”고 흡족해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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