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철의 눈
류현진은 아직 메이저리그 타자를 잘 모른다.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본인의 데이터보다는 포수가 원하는 대로 공을 던진다. 8일 경기에서도 류현진은 포수의 주문에 고개를 가로젓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포수에 맞춰주는 적응력이 좋다.
그러나 실투는 조심해야 한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힘이 좋고 정교해 실투를 놓치는 법이 없다. 가운데로 몰리는 공, 높은 공, 마음먹었던 대로 구석으로 가지 않는 공, 변화구의 꺾이는 각도가 밋밋한 공은 안 된다. 던지면 곧바로 안타라고 생각해야 한다. 공을 낮은 쪽으로 던지는 데 신경을 더 써야 한다.
경기 초반에는 투수나 타자 모두 긴장하기 마련이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 유리한 볼카운트를 가져가야 한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류현진이 제구가 좋은 투수인 것을 알고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낮은 공으로 범타를 유도하는 투구를 하면 편해질 수 있다. 회수를 거듭하며 투구의 폭을 넓혀가다 보면 자신의 페이스로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
변화구를 앞세우는 투구는 금물이다. 변화구에 의존하게 되면 타자와 힘 있는 싸움을 하지 못한다. 가장 힘 있는 공과 느린 공을 적절히 배합해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아야 한다. 타자에게 맞지 않으려고만 하면 투구 밸런스가 깨질 수 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승부는 피해야 한다. 투수가 위기라고 느끼면 힘이 들어가고 강하게 던지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 그러면 경직돼 릴리스 포인트를 잃어버린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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