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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롯데는 꼭 꺾는다”

등록 2013-03-29 20:29수정 2013-03-29 22:21

김경문 엔씨 다이노스 감독은 시범경기 때 평소 스타일과 다르게 희생번트를 자주 주문했다. 22일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 감독실에서 만난 김 감독은 타격과 수비가 부족한 상황을 타이트한 야구로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창원/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김경문 엔씨 다이노스 감독은 시범경기 때 평소 스타일과 다르게 희생번트를 자주 주문했다. 22일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 감독실에서 만난 김 감독은 타격과 수비가 부족한 상황을 타이트한 야구로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창원/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김경문 감독과 엔씨 다이노스
22년만에 뛰는 프로야구 9번째 심장
엔씨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의 출사표
▶ 김경문 엔씨(NC) 다이노스 감독은 2011년 8월부터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북문 앞에서 ‘문카페’를 운영중이다. “바리스타 월급이 생각보다 많고, 주차장도 별도로 있어 아직까지는 적자”란다. 김 감독은 오프시즌 때는 ‘문카페’에 들러 어린아이들에게 사인공을 나눠주고 팬들과 사진도 찍는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지도자 은퇴 뒤에는 커피숍을 운영하며 조용히 살고 싶다는 게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형님 구단들 괴롭혀야 하는데 요즘 잠이 안 온다”

대표이사 삼고초려에
한 달 망설여 승낙한 자리
우승 아쉬움 없었다면
당연히 거짓말이겠지
어려운 길 가겠지만
보람 있으면 되지 않을까

오랜만이었다. 얼굴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눈 것이. 가끔 전화로 “찾아뵙겠다”고 했지만 창원은 생각만큼 가까운 곳은 아니었다. 두산 베어스 사령탑에서 물러나기 1주일 전, 잠실야구장 1루 더그아웃에서 그를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뒤 20개월이 흘렀다. 그의 머리는 더욱 희끗희끗해졌다. “더 중후해졌다”는 인사말에 그는 한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렸다. “눈도 안 좋고 해서 염색을 안 한다”면서 짓는 미소는 여전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때 9전 전승으로 사상 최초의 야구 금메달을 한국에 안겼던 김경문(55) 감독. 그는 프로야구 9번째 구단, 엔씨(NC) 다이노스를 이끌고 2013시즌을 시작한다. 지난해 2군 리그에서 예행연습을 했다면, 올해는 전쟁터의 중심에 선다.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 이후 22년 만에 1군 리그에 등장한 막내 구단이지만, 프로 세계에서 ‘형’과 ‘막내’는 없다. 단지 승자와 패자만 있고, 우승팀과 꼴찌팀만 있을 뿐이다. 김경문 감독은 “형님들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막내가 되겠다”는 출사표를 내던졌다. 그의 강한 승부 근성을 생각하면 분명 엔씨 다이노스는 ‘괴롭히는’ 역할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해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 700만 관중을 넘어선 프로야구는, 9구단의 등장과 함께 올해는 750만 관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 경기수가 576경기(기존 532경기)로 늘어났고, ‘야구의 성지’로 불리는 통합창원시에 불어닥칠 ‘9구단 바람’을 기대하고 있다. 통합창원시는 ‘구도’ 부산과 함께 야구 열정이 대단한 곳으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홀수 구단 체제의 폐해와 전체적인 리그 수준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으나 최근 프로야구가 스포츠의 범주를 넘어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아가고 있어 분위기는 꽤 긍정적이다.

신생팀에 가장 필요한 건 팬, 팬, 팬

김경문 감독과는 엔씨 다이노스의 팬 초청 행사인 ‘팬페스트’가 있던 17일에 처음 만났다. 팬페스트에는 1000여명의 팬이 모여 대성황을 이뤘다. 오전부터 팬페스트를 둘러본 그의 소감은 “부모들이 아이들 손잡고 참 많이 왔다. 그게 기분이 좋다”였다. “‘곰들의 모임’(프로야구 시즌 뒤 열리는 두산 팬 초청 행사) 때도 많이 겪었지만, 아이들은 어릴 적 기억을 못 잊는다. 구단이 앞으로 잘 관리해야만 한다.”

김 감독이 신생 구단 엔씨의 초대 사령탑이 된 것도 ‘팬’과 무관하지 않다. 2011년 6월 갑작스럽게 베어스 감독을 그만두고 미국에 머물던 때, 그는 이태일 엔씨 다이노스 대표이사와 처음 만났다. 당시 프로야구 사장단들은 다 함께 메이저리그 구단들을 시찰중에 있었다. 이태일 사장이 야구전문기자 출신이어서 감독들과 두루두루 친하기는 했으나 김 감독과는 그리 친분이 많지는 않았다. 이 사장은 “김 감독을 만난 뒤 ‘신생팀에 가장 필요한 게 어떤 것일까요’라고 여쭤봤더니 첫번째로 나온 답이 팬이었다. 신생팀은 팬을 위한 야구를 해야 한다고. 사실상 거기에서 감독 인선이 끝났다고 봐야 한다. 그게 김 감독 선임의 가장 큰 핵심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이 사장은 베어스 사령탑을 관둔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아 망설이던 김 감독을 삼고초려 끝에 붙잡았다. 평소 야구에 관심이 많던 김택진 구단주(엔씨소프트 사장)도 “두산에서 8년 동안 감독을 했고, 능력을 가지신 분 아니냐”며 김 감독 영입에 별다른 이의를 달지 않았다. 첫 만남부터 영입 결정까지 걸린 시간이 한 달 남짓. 이 때문에 사전에 약속된 자진 사퇴와 영입이 아니었느냐는 밀약설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즌이 한창일 때 결단을 내려 유니폼을 벗고 팀에서 나오는 아픔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한다. 함께하는 선수들이 눈앞에 보이는데, 감독으로서 일말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말만 갖고 하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우승에 대한 팬들과의 약속도 두산에서 지키지 못했다. 구단 대표와 마음이 맞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내가 먼저 스포츠맨다워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도 의외다. 2003년 말 베어스 감독 취임 뒤 포스트시즌에 6차례나 올랐으나 준우승만 3차례 했던 터. 감독 욕심상 신생팀보다는 우승 전력을 갖춘 탄탄한 팀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컸을 법도 하다. 과감한 선수 기용과 새로운 선수 발굴 등 야구장 안팎에서 그의 지도력은 꽤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우승의 아쉬움이 없었다면 당연히 거짓말이다. 어차피 남자로서 감독에 대한 꿈은 이뤘다. 그런데 스포츠 외적으로 보람은 없었다. 어려운 팀 만나서 어려운 길을 가겠지만 보람 있는 길을 가면 되지 않느냐 싶었고, 어려운 팀에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싶었다.”

김 감독은 인터뷰 중간에 흘끔흘끔 텔레비전을 쳐다봤다. 프로야구 시범경기 중계가 한창이었다. 두산 베어스와 기아(KIA) 타이거즈의 경기. 경기는 막 4회를 넘기고 있었다. “두산의 제자들을 보면 짠하지 않냐”고 물었다. “우리 애들(NC) 보면 짠하지. 두산은….” 복합적인 감정이 그의 얼굴 위로 잠시 스쳐갔다.

세명의 외국인 투수를 위한 3루수 교체

2013년의 엔씨 다이노스는 ‘연합집단’이다. 나성범, 권희동처럼 두 차례의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한 선수들과 김진성처럼 타 구단에서 방출된 뒤 트라이아웃(공개 선수선발)을 거쳐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 그리고 모창민, 조영훈, 고창성, 이승호처럼 특별 지명으로 각 구단에 10억원의 보상금을 주고 영입한 선수들이 있다. 이호준, 이현곤처럼 자유계약(FA)으로 창원에 새롭게 둥지를 튼 선수들도 있다. 같은 ‘공룡’이기는 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브라키오사우루스 등 다양한 종류가 모인 집합체라고나 할까. (엔씨 홈구장인 마산구장의 라커룸은 ‘엔씨 다이노스 파크’로 명명돼 있고, 실제로 ‘쥐라기 공원’ 입구처럼 출입문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

김경문 감독이 걱정하는 부분도 그 점이다. “다른 팀은 그 팀에서 몇 년 동안 밥 같이 먹고 경기하면서 조직력을 다져왔는데, 우리는 선수단이 완전히 구성된 게 몇 달밖에 안 됐고, 실제로 따지면 스프링캠프 때 47일밖에 같이 훈련하지 못했다.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고, 상대팀과 붙어 싸우면서 그 시기를 넘어가야만 한다. 신생팀은 무슨 일이 있으면 대안이 많지가 않다.”

시범경기 초반만 해도 그랬다. 엔씨 다이노스는 9일 개막전에서 3개의 실책을 쏟아냈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까지 나온” 상황이었다. 엔씨는 스프링캠프를 치르면서 치른 16차례의 연습경기 동안 8승1무6패의 성적을 거뒀고, 세계야구클래식(WBC)에 참가한 한국, 대만 대표팀과도 3승3패로 팽팽했다. 하지만 막상 시범경기에 들어가니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나쁜 것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그저 황망했다. “경기를 하다 보니까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 터졌다. 대표팀과 경기할 때도 괜찮았는데 시범경기 때 여기저기서 막 터지니까….”

“우리 애들 보면 짠하지”
타격도, 수비도, 백업도
다른 팀보다 한참 떨어진다
시범경기 평균 실책 1.33개
호쾌한 공격 야구 접고
희생번트도 주문했다

결단은 빨랐다. 시범경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캠프 내내 3루수로 뛴 모창민을 1루수로 바꿨다. 3루 쪽에서 자꾸 실책이 나오며 내야 수비가 완전히 흔들렸기 때문이다. 이리 되면 1루수로 뛰던 조영훈을 대타로밖에 활용하지 못해 공격력이 약화되는 단점이 있었으나 김 감독은 타선보다는 내야 수비를 살리는 쪽을 택했다. “계속 가다간 제구력 있는 투수들까지 다 망쳐놓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보통 3루수-유격수 간 수비가 불안하면 투수들은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몸쪽 낮은 공을 던지는 데 부담을 느끼게 된다. 엔씨가 선발 요원으로 영입한 찰리 쉬렉, 아담 윌크, 에릭 해커 등 외국인 선수 셋은 상대 타자를 빠른 공으로 윽박지르기보다는 낮은 공으로 살살 꼬드기면서 땅볼을 유도하는 스타일의 투수들이다. 김 감독은 “선수 본인의 사기도 있었지만 팀을 먼저 생각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3루수 이현곤, 유격수 노진혁으로 내야 진용을 다시 짠 뒤 그나마 내야 수비가 안정된 듯 보이나 갈 길은 멀다. 엔씨는 시범경기 12경기에서 16개의 실책을 쏟아냈다. 경기당 평균 1.33개꼴. 1군 리그는 2군 리그보다 타구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 특별 지명된 선수들이 있다지만 그들도 원소속팀에서는 보호 선수 20명 밖의 1.5군급 수준이었다. 모창민만 하더라도 경찰청 소속으로 3루 수비를 소화했지만, 역시 1군과 2군은 수준 차이가 있었다.

“나성범이 들어오면 센세이션”

공룡의 수장이 현재 가장 고민하는 것은 타격이다. 1군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얼마 안 될뿐더러 주전과 비주전의 간극도 크다. 2군 리그에서 풀경기를 뛰었다고 해도 1군 투수들의 수준은 아예 급이 다르다. 시속 140㎞ 안팎의 공을 상대하다가 시속 150㎞까지 치솟는 공을 치기는 쉽지가 않다. 김 감독이 가장 크게 기대했던 나성범(24)마저 대만 전지훈련 때 다쳐 김 감독의 마음은 더욱 무겁다. 나성범이 다쳤을 때는 “눈앞이 깜깜할 정도”였다고 한다. 가뜩이나 선수가 없는 마당에 3번 타순을 책임질 팀 중심 타자까지 덜컥 수술대에 올랐으니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손바닥 유구골 골절상을 당한 나성범은 정밀검사를 받은 뒤 일본에서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재활 상황이 나쁘지 않아 4월 말에는 1군 경기 출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12 신인드래프트 2차 1순위로 엔씨에 입단한 그는 지난해 2군 퓨처스리그에서 타격 3관왕(타율 0.303, 16홈런 67타점)에 올랐다. 구단 안팎에서 야구 능력뿐만 아니라 됨됨이까지 스타 기질이 다분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김경문 감독은 “나성범이 올 때까지 우리는 버텨야만 한다. 나성범이 팀에 합류하면 팀 분위기가 아예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한다. “나성범이 들어오면 센세이션”이라고까지 말하는 것을 보니 엔씨 다이노스의 미래를 책임질 타자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나성범이 빠지면서 호쾌한 장타력을 선보일 선수도 부족해졌다. 엔씨는 시범경기 막판에서야 홈런 2개를 겨우 쳐냈다. 4번 타자 이호준은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통틀어 홈런이 하나도 없었다. 1군 경험이 없는 야수들은 두말할 것도 없다. 김 감독은 “1군 좋은 투수들에게 대응할 스윙이 약하다”며 작은 한숨을 토해냈다. 엔씨 다이노스는 타격과 함께 수비, 백업 요원도 다른 팀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선발과 마무리는 그나마 걱정이 덜한 부분이다. ‘에이스’(A.C.E)로 불리는 아담(A), 찰리(C), 에릭(E)이 믿음이 간다. 아담과 찰리는 시범경기 3차례 등판에서 각각 평균자책 2.92와 2.77을 기록했다. 에릭도 초반 불안했지만 점점 안정된 구위를 뽐내고 있다. 셋 중 둘만 확실하게 버텨주면 해볼 만한 싸움이 될 수 있다. 외국인 선수 3인방과 함께 이재학, 노성호가 엔씨 4, 5선발의 중책을 맡았다. 이태양 등은 2군에서 구위를 점검하면서 기회를 엿보게 된다.

에스케이(SK) 와이번스, 넥센 히어로즈에서 방출된 뒤 트라이아웃을 통해 ‘공룡’ 군단에 합류한 김진성은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4승1패 20세이브 평균자책 2.14의 성적을 올렸다. 1군 경험은 아직 없다. “구속이 많이 찍히지는 않지만 공끝은 묵직하다”는 게 김 감독의 평가. 고창성, 송신영, 이승호 등이 버티는 중간계투진은 비교적 믿을 만하다.

롯데의 강력한 창단 반대
창원·부산 지역감정 불 지펴
두 사령탑도 58년 개띠 동갑
“한-일전 버금가는 큰 싸움”
롯데와의 개막전 결과에
자존심도, 팀 운명도 걸렸다

4강 위협 목표 뚜렷해질수록
잠 못 드는 밤도 길어진다
‘준비됐나, 뽀사삐자’
준비의 시간은 끝났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 사령탑 시절 호쾌한 공격 야구를 표방하면서 희생번트를 잘 대지 않았다. 특정 상황에서 작전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 맡기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 하지만 엔씨 다이노스에서는 달라질 전망이다. 투수진에 비해 확연히 떨어지는 타력 때문이다. 시범경기 때도 롯데(8개)에 이어 가장 많은 희생번트(7개)를 주문했다. “엔씨는 1회부터라도 번트가 나올 수 있다. 시즌 초반에는 선수들을 믿기 이전에 타이트하게 야구 해서 점수를 낼 때 반드시 점수를 내야만 한다. 예산이 적을 때는 예산에 맞는 야구를 해야 하고, 많이 부족한 살림이기 때문에 살림살이를 내가 잘해야만 한다. 지금은 내가 애들을 책임져줘야 하는 시기다.”

‘마산아제’와 ‘부산아제’의 싸움

통합창원시에 연고지를 둔 엔씨는 태생적으로 강력한 맞수를 마주하고 있다. 1982년부터 부산광역시에 터를 잡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가 그 상대다. 지역적으로 아주 가깝기 때문에 엔씨 팬 대부분이 그동안 롯데 자이언츠 팬이었다. 하지만 엔씨 창단 과정에서 롯데가 강력히 반대하면서 통합창원시 야구팬들은 롯데에 등을 돌렸다.

엔씨 다이노스 공식 팬클럽 나인하트 회원인 이동욱(37·회사원)씨는 “롯데는 9구단을 끝까지 반대했다. 이 때문에 다른 팀한테는 져도 롯데한테만큼은 이겨야 한다는 분위기가 창원 팬들 사이에서 형성됐다”고 했다. 더불어 “엔씨-롯데전은 한-일전에 버금가는 큰 싸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롯데 어린이회원이기도 했던 밀양 출신 조우영(36·회사원)씨의 생각도 비슷했다. “롯데가 정말 너무했다. 서로 윈윈하면서 내는 시너지 효과가 있었을 텐데 롯데는 9구단을 찍어누르려고만 했다. 여기 사람들은 집에 가면 롯데 응원 유니폼 한두벌 정도는 다 있다. 롯데는 미워도 롯데 선수들이 마산 야구장에서 어웨이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보면 짠할 것 같기도 하다.”

김경문 감독도 이러한 지역 분위기를 잘 꿰뚫고 있다. “다른 팀은 몰라도 롯데는 꼭 이겨보도록 하겠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범경기 때는 2경기 모두 엔씨가 쓸어담아 일단 기선제압에는 성공했다. 흥미롭게도 롯데 신임 사령탑인 김시진 감독은, 김경문 감독과 똑같은 ‘58년생 개띠’다. 지역 맞수라는 데 더해 동갑내기 사령탑들의 맞대결이 펼쳐지는 셈이다.

다른 구단은 30일 개막전을 치르는 것과 달리 엔씨는 4월2일 마산야구장에서 ‘늦은’ 개막전을 치른다. 상대는 바로 롯데 자이언츠다. 야구 팬들 사이에서 강성으로 불리는 ‘마산 아제’와 ‘부산 아제’의 싸움은 야구 팬들 사이에서 이미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마산 팬들은 “지금의 아제들은 야구장에서 과격했던 과거 아제들과는 다르다”(이동욱씨)며 선을 긋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역사적인 개막 3연전 결과에 따라 엔씨의 4월 운명도 갈릴 전망이다.

그 어느 지역 팬보다 열정적인 부산·경남의 야구팬들은 올해부터 엔씨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로 나뉘어 응원하게 됐다. 새로운 라이벌전에서만큼은 뒤지지 않겠다고 엔씨 다이노스는 벼르고 있다. 지난 22일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엔씨와 롯데의 시범경기. 창원/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그 어느 지역 팬보다 열정적인 부산·경남의 야구팬들은 올해부터 엔씨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로 나뉘어 응원하게 됐다. 새로운 라이벌전에서만큼은 뒤지지 않겠다고 엔씨 다이노스는 벼르고 있다. 지난 22일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엔씨와 롯데의 시범경기. 창원/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형님팀에 3연패 하는 일은 없을 것

엔씨와 롯데 사이에는 ‘손민한’ 문제도 걸려 있다. 김 감독이 구제해주려는 손민한은 롯데 에이스 출신이다. 손민한은 선수협회 회장 시절의 ‘업보’로 롯데에서 퇴출됐고, 현재까지 그라운드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협회에서 동의만 해준다면 바로 손민한을 받아줄 것이다. 팀에 얼마만큼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회만은 주고 싶다”고 했다. “잘못한 것도 분명 있을 것이지만 말 못하고 혼자서 감내하고 있는 것도 있다. 손민한이 롯데전에 나와서 홀드를 올리든지, 승리투수가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야구를 먼저 한 형으로서 운 좋게 감독 하고 있는데 간절함을 갖고 있는 동생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팬들도 이해해주지 않겠느냐.” 김 감독은 지난 1월 현역 생활을 이어가려던 박재홍(SK·은퇴)도 머릿속에 잠시 그렸으나 포기했다. “팀이 너무 노쇠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의 야구 처음과 끝은 분명 사람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냉철함은 항상 견지한다. 그토록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 나성범을 일부러 팬페스트에 부르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김 감독은 팬페스트 행사에 1군 등록 선수만 참가하게 했다. 이 때문에 나성범도, 구속이 나오지 않아 2군에 머물고 있는 이승호도 창원·마산 팬들과 처음으로 인사할 기회를 놓쳤다. “구단에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로 마케팅을 해도 시즌 마지막에 승률이 0.250, 0.300이라면 시즌 뒤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4패, 5패 하다가 1승 하면 그대로 묻혀버린다. 사실 나성범을 행사에 오라고 해도 됐다. 하지만 내가 부르지 않은 이유를 스스로 깨달아야만 한다. 2군에 있는 느낌이 어떻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왜 자기가 1군에 있어야만 하는지 알아야 한다. 감독의 진심을 알아주기 바란다.”

김경문 감독은 최근 들어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스스로는 “밤이 길다”는 표현을 쓴다. 나성범이 다친 뒤부터 그래 왔고, 개막전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해지고 있다. 숙제를 해결했다 싶으면 또다른 숙제가 생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지만 뜻대로 잘 되지는 않는다. 프로야구 감독들의 필수품, 신경안정제와 수면유도제를 가까이할 시간이 임박한 것이다. “감독이 되면 잠을 못 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승률 5할, 4강 목표라고 말해 왔는데, 나도 자존심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끌고 가서 4강을 위협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 야구판 분위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하고 싶다. 형님팀에 3연패는 없다. 반드시 1승2패까지는 할 것이다.” 엔씨 다이노스는 시범경기에서 5승6패1무(승률 0.456)의 성적을 거뒀다. 순위는 공동 5위. 전문가들은 “전력이 그리 나쁜 것 같지 않다”는 평가를 한다.

마산야구장 더그아웃으로 통하는 문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 ‘준비됐나, 뽀사삐자.’ 준비의 시간은 끝났다. 무시무시한 형님들을 ‘뽀사삐는’ 막내의 유쾌 통쾌한 반란을 보여줄 때가 다가오고 있다.

창원/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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