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야구·MLB

전설, 떠나다

등록 2012-11-29 18:59수정 2012-11-30 11:15

박찬호 선수
박찬호 선수
박찬호 “은퇴하겠다”…30일 회견
1994년 한국인 첫 메이저리그 진출
17시즌 동안 124승 ‘코리안 특급투’
일본 거친 뒤 고향팀 한화서 마무리
한·미·일 통산 2156이닝 130승

‘코리안 특급’이 멈춰섰다. 메이저리그(MLB) 아시아 선수 최다승(124승)에 빛나는 투구를 더 이상 볼 수 없다. 1990년대 당시 한없이 높아보였던 메이저리그를 개척했던 선구자는, 야구공을 처음 만진 지 30년 만에 야구공을 내려놓는다.

박찬호(39)는 29일 노재덕 한화 단장에게 전화를 해 “은퇴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현역 연장을 요청했던 한화 구단은 그의 은퇴 의사를 존중해주기로 했다. 박찬호는 30일 오전 11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연다.

박찬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망설였다. 25일 박찬호장학회 장학금 증정 행사 뒤 “미국에 있는 동안 훈련을 했는데,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생각이 바뀌는 순간이 계속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류현진의 미국행으로 약화된 한화 마운드 전력도 마음에 걸렸다. 미국에 머무는 동안 야구 후배들은 “내년에도 함께 야구하자”며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하지만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마흔한살이다. 박찬호는 박수 칠 때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다.

박찬호는 한양대 재학중이던 1994년 1월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엘에이(LA) 다저스에 입단했다. 제구력은 떨어졌지만 다이내믹한 투구로 155㎞를 넘나드는 광속구가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를 반하게 만들었다. 1996년 4월7일 시카고 컵스와 경기에서 4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첫승을 따냈다. 한국인 메이저리그 첫승이었다.

이듬해인 97년 박찬호는 14승8패 평균자책 3.38로 꽃을 피웠고, 2000년에는 18승10패 평균자책 3.27로 미국 무대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를 바탕으로 2001년 겨울에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6500만달러의 초대형 에프에이(FA)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올스타전(2001년) 무대도 밟았다.
박찬호 프로 경력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고질적 허리부상에 시달리면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에프에이 먹튀’라는 오명도 뒤집어썼다. 2005년 이후에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2005~2006년), 뉴욕 메츠(2007년), 다저스(2008년), 필라델피아 필리스(2009년), 뉴욕 양키스·피츠버그 파이리츠(이상 2010년) 등을 옮겨다녔다. 메이저리그 17시즌 통산 성적은 124승98패 평균자책 4.36. 그 뒤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7경기 등판, 1승5패 평균자책 4.29)를 거쳐 작년 말 꿈에 그리던 고향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박찬호는 한국프로야구 데뷔해인 올해 23경기에 등판해 5승10패 평균자책 5.06을 기록했다. 호투했어도 야수들의 실책과 불펜 투수들의 실점으로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는 일이 꽤 많았다. 성적은 다소 아쉬웠지만 ‘박찬호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선발등판 때마다 만원관중을 끌어모으며 프로야구 흥행의 기폭제가 됐다. 한화 젊은 투수들은 박찬호로부터 경기운용 등을 전수받기도 했다.

그가 은퇴를 결정하면서 10월3일 홈인 대전구장에서 열린 기아전 선발등판이 생애 마지막 등판이 됐다. 당시 야수 실책이 겹치면서 5⅔이닝 5실점(3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박찬호는 한·미·일 프로야구를 두루 경험하며 130승113패2세이브 평균자책 4.40의 통산 성적을 남겼다.

향후 행보는 아직 미정이다. 야구 경영을 공부해 보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던 박찬호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구단주 출신으로 현재 샌디에이고 구단을 인수한 피터 오말리와 친분이 깊다. 때문에 은퇴 뒤 샌디에이고에서 경영 수업은 물론 지도자로서 경험을 쌓아나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찬호는 힘겨웠던 아이엠에프(IMF) 시절 사람들에게 행복과 희망의 바이러스를 심어줬다. 배리 본즈 등 메이저리그 홈런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환호했고, ‘할 수 있다’는 긍정의 에너지를 얻었다. 또한 불혹에 가까워지는 나이에도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하는 등 절대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보여줬다. 그러나 세월은 그 또한 비껴가지 않았다. 등번호 61번의 사나이는 그렇게 한국야구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고 정들었던 마운드와 이별을 고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논쟁] 홍성담 화백의 ‘유신풍자화’, 어떻게 봐야 하나
“이 자식이” “버르장머리 없는 XX” 새누리 의원들, 국회 회의 도중 욕설
공지영, 정권교체 위해 단식 기도 돌입
발사 16분전 상단로켓 이상…‘2012년 우주여행’ 사실상 무산
귀엽게 망가진 박하선이 없었다면…
전설, 떠나다…박찬호 “은퇴하겠다”
[화보] ′위기의 검찰′…예고된 파국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