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책임지는 자리…팬들에 죄송”
“내년에도 같은 상황이라면 스스로 물러났을 것
8월 중순부터 이상했다…옵션계약은 사실 아냐”
“내년에도 같은 상황이라면 스스로 물러났을 것
8월 중순부터 이상했다…옵션계약은 사실 아냐”
“젊은 선수들 경기 통해 성장
내년 시즌 활약 기대했는데…” 목소리는 차분했다. “잘 주무셨냐”는 안부인사에 “어제는 잘 잤다. 8~9시간 푹 잤다”고 답했다. 전날(17일) 오후 그는 감독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일이어서 야구계 안팎으로 파장은 컸다. 김시진(54) 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1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감독이란 자리는 어차피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나를 도와준 프런트와 선수들, 그리고 많은 팬들께 실망을 드려서 죄송하다”고 했다. 그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끝까지 신사의 품격을 잃지 않는다. 히어로즈는 팀 성적 부진을 이유로 김 감독을 경질했다. 3년 연장 계약 첫 해였고, 계약기간은 2년 더 남아 있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1+2년 옵션 계약’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해 재계약 당시 다른 구단에서 감독 제의가 있던 상황이라 1년하고 선택적으로 연장하는 옵션 계약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장석 대표이사와의 불화설도 고개를 저었다. “이 대표와 충돌은 전혀 없었다. 시즌 중에도 간간이 같이 밥 먹고 그랬다.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을 때도 20분 동안 선수 얘기, 팀 미래 얘기 등을 나누고 둘 다 굉장히 아쉬워하면서 헤어졌다.” 김 감독이 이상 징후를 느꼈던 것은 8월 중순이었다. 팀 성적이 떨어지면서 구단 안팎에서 근본적으로 감독의 선수기용, 작전 등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히어로즈는 전반기를 3위로 마쳤지만 후반기에 이택근의 부상과 주전 선수들의 부진이 겹치면서 4강에서 점점 멀어졌다. 김 감독은 “풀타임을 뛰어본 적이 없는 선수들이 많아서 후반기 즈음해서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만큼 떨어질 줄은 몰랐다. 6~7월 재활하면서 올라올 선수들이 못 올라왔고, 서건창은 피로가 누적돼 밸런스가 무너지는 등 악재가 겹쳤다”고 했다. 구단은 중요한 시기에 감독이 부상 선수들을 아낀 것도 성적 하락 요인으로 꼽는다. 그러나 김 감독은 “똑같은 상황이 다시 와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설사 감독이 책임지더라도 본인들이 힘들어 하는데 감독 생각만 해서 그들을 외면하고 고개를 돌릴 수는 없다”고 했다. 김시진 감독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그가 구상했던 ‘내년’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김 감독은 내년 시즌 상위권 도약을 목표로 강윤구, 장효훈, 김영민 등 젊은 선수들을 집중 육성해왔다. 그는 “작년에 히어로즈가 51승 했는데, 올해는 61승 정도 하고 내년 시즌 68~70승 정도로 계산했었다”며 “젊은 선수들이 이기는 맛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했다. 이어 “내 욕심만 이야기한다면 (구단이) 좀 더 기다려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라면 나 스스로 옷을 벗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8년을 제외하고 20여 년 동안 한 팀에만 머물면서 수족과도 같이 여겼던 코치들, 선수들과 작별 인사도 못 나눈 갑작스런 이별. 그래도 김 전 감독은 “선수들에게 인사는 나중에 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운동장에 가면 선수들이 더 동요할 것 같아서다. 그는 “힘든 시기겠지만 그래도 감독 생각해서 선수들이 매 경기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라운드의 신사, 김시진 감독은 그렇게 휴식기에 들어갔다. 김양희기자 whizzer4@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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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시즌 활약 기대했는데…” 목소리는 차분했다. “잘 주무셨냐”는 안부인사에 “어제는 잘 잤다. 8~9시간 푹 잤다”고 답했다. 전날(17일) 오후 그는 감독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일이어서 야구계 안팎으로 파장은 컸다. 김시진(54) 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1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감독이란 자리는 어차피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나를 도와준 프런트와 선수들, 그리고 많은 팬들께 실망을 드려서 죄송하다”고 했다. 그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끝까지 신사의 품격을 잃지 않는다. 히어로즈는 팀 성적 부진을 이유로 김 감독을 경질했다. 3년 연장 계약 첫 해였고, 계약기간은 2년 더 남아 있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1+2년 옵션 계약’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해 재계약 당시 다른 구단에서 감독 제의가 있던 상황이라 1년하고 선택적으로 연장하는 옵션 계약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장석 대표이사와의 불화설도 고개를 저었다. “이 대표와 충돌은 전혀 없었다. 시즌 중에도 간간이 같이 밥 먹고 그랬다.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을 때도 20분 동안 선수 얘기, 팀 미래 얘기 등을 나누고 둘 다 굉장히 아쉬워하면서 헤어졌다.” 김 감독이 이상 징후를 느꼈던 것은 8월 중순이었다. 팀 성적이 떨어지면서 구단 안팎에서 근본적으로 감독의 선수기용, 작전 등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히어로즈는 전반기를 3위로 마쳤지만 후반기에 이택근의 부상과 주전 선수들의 부진이 겹치면서 4강에서 점점 멀어졌다. 김 감독은 “풀타임을 뛰어본 적이 없는 선수들이 많아서 후반기 즈음해서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만큼 떨어질 줄은 몰랐다. 6~7월 재활하면서 올라올 선수들이 못 올라왔고, 서건창은 피로가 누적돼 밸런스가 무너지는 등 악재가 겹쳤다”고 했다. 구단은 중요한 시기에 감독이 부상 선수들을 아낀 것도 성적 하락 요인으로 꼽는다. 그러나 김 감독은 “똑같은 상황이 다시 와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설사 감독이 책임지더라도 본인들이 힘들어 하는데 감독 생각만 해서 그들을 외면하고 고개를 돌릴 수는 없다”고 했다. 김시진 감독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그가 구상했던 ‘내년’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김 감독은 내년 시즌 상위권 도약을 목표로 강윤구, 장효훈, 김영민 등 젊은 선수들을 집중 육성해왔다. 그는 “작년에 히어로즈가 51승 했는데, 올해는 61승 정도 하고 내년 시즌 68~70승 정도로 계산했었다”며 “젊은 선수들이 이기는 맛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했다. 이어 “내 욕심만 이야기한다면 (구단이) 좀 더 기다려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라면 나 스스로 옷을 벗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8년을 제외하고 20여 년 동안 한 팀에만 머물면서 수족과도 같이 여겼던 코치들, 선수들과 작별 인사도 못 나눈 갑작스런 이별. 그래도 김 전 감독은 “선수들에게 인사는 나중에 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운동장에 가면 선수들이 더 동요할 것 같아서다. 그는 “힘든 시기겠지만 그래도 감독 생각해서 선수들이 매 경기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라운드의 신사, 김시진 감독은 그렇게 휴식기에 들어갔다. 김양희기자 whizzer4@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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