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 고양국가대표 야구훈련장 감독실에서 야구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첫 시즌 마감 앞둔 원더스 김성근 감독
퇴출·비지명 선수들로 5할 승률
하루 14시간 강훈에도 탈락없어
“구단주와 감독은 동지적 관계
한대화 감독 경질은 쇼킹했다”
퇴출·비지명 선수들로 5할 승률
하루 14시간 강훈에도 탈락없어
“구단주와 감독은 동지적 관계
한대화 감독 경질은 쇼킹했다”
‘열정에게 기회를’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 들머리에 걸린 펼침막 글은 김성근(70) 고양 원더스 감독의 마음이다. 늘 “열정이 있는 선수에게 꿈을 펼칠 마지막 기회는 줘야 한다”고 말한다.
노감독의 열정은 실팍한 열매를 맺었다. 국내 최초의 독립야구팀은 시즌 한 경기를 남겨둔 프로 2군 교류전에서 11일 현재 승률이 5할(20승20패7무)이다. “퇴출 선수, 비지명 선수들이 2군 상대가 되겠느냐”는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이미 ‘야구 장인’이 개조한 선수 5명은 엘지(LG), 두산, 넥센, 기아(KIA) 등 프로 구단에 스카우트됐다. 박근혜, 문재인 등 거물 정치인들이 앞다투어 김 감독을 찾아오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이 만든 희망과 재기의 메시지가 크기 때문이다.
칠순의 ‘야신’은 쉬지 않는다. 그것이 기적을 만든다. 어깨가 아파도 공을 띄워주고, 밤까지 타격폼을 수정한다. 원더스 선수들은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고, 실전 경기 뒤 나머지 훈련도 한다. 하루 14시간 강훈도 있었다. 그러나 탈락 선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47경기를 치르면서 선수들이 달라졌다. 배트 스피드, 투구 속도, 주루 플레이가 빨라졌다. 프로 선수를 배출했다는 것보다는 선수들이 고루 성장했다는 것이 값진 결과다.” 김 감독은 3월 2군과의 첫 경기 때 프로 선수보다 한두 단계 아래였던 선수들의 기량이 올랐다고 평가했다.
프로 사령탑 욕심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김 감독은 “프로야구 최고령자로 프로에 가서 경쟁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한대화 한화 감독이 최근 경질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바꿨다. “한대화 감독 경질은 정말 쇼킹한 뉴스였다. 이건 아니구나 싶었다”고 했다. 대신 원더스와 2년 연장 계약을 택했다. “원더스의 장점은 구단주와 야구 감독이 동등한 데 있다. 야구단 내 최종 결정권자는 감독이다. 구단주가 절대 간섭하지 않고 ‘동지’로 예우해준다.”
김 감독은 다시 프로 방출 선수, 드래프트 탈락 선수들을 대상으로 숨은 보석 찾기에 나섰다. 그는 “괜찮다 싶으면 다 뽑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원더스 선수들은 모두 데리고 간다. 이 때문에 새롭게 충원을 하면 선수단은 50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김성근 감독은 “내년 시즌에 2군 경기를 정상적으로 하려면 지금 수준으로는 안 된다. 1주일 3번 경기에서 6번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내년 2군 리그에 정식으로 편입하려면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분위기는 좋다. 김 감독은 “대선 후보까지 케이비오에 잘 말해준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고양 원더스는 혹독한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 11~12월 마무리훈련을 하고, 내년 1월에는 전지훈련을 간다. ‘남들만큼 하면 남들을 절대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원더스 선수들과 가는 ‘장인’ 김성근 감독은 “비난이 무서워서 변화할 용기를 내지 못하면 안 된다. 야구는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놀라움이라는 뜻의 원더스가 김 감독의 지휘 아래 내년엔 얼마나 더 강해질까.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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