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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이적선수 향한 ‘애정과 애증 사이’

등록 2012-04-25 19:54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14년 동안 정을 주었다. 손발 움직임 하나하나에 마음이 따라 움직였다. 기뻐서, 더러는 속상해서 눈물도 흘렸다. 물론 그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쓴소리도 하고 질책도 많이 했다. 괜시리 나쁜 일은 모두 그의 탓 같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날이면 모두 잊었다. 자그만치 1483경기 동안 그랬다. 그런데 갑자기 떠났다. 누구는 “마치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라고 했다. 늘 그곳에 변함없이 있을 것이라 믿었기에 충격은 배 이상이었다. 지난겨울 엘지(LG)의 프랜차이즈 스타 조인성(37)이 에스케이(SK)로 떠났을 때, 엘지 팬들은 이런 심정이었다.

지난 20일 저녁, 조인성이 처음 잠실구장에 섰다. 홈 팀 엘지의 줄무늬 유니폼이 아닌 원정 팀 에스케이의 빨간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배신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을까. 1루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1루석 팬들은 스트라이크가 꽂히면 환호하고, 볼이 나오면 아쉬워했다. 안타를 치고 출루하면 야유 소리는 더 커졌다. 조인성은 “팬들의 마음을 이해는 한다. 평생 내가 안고 가야 할 짐”이라고 했다.

비단 조인성뿐만이 아니었다. 엘지에서 2년을 보낸 뒤 친정팀인 넥센 히어로즈로 돌아간 이택근(32)도 24일 잠실구장에서 똑같은 경험을 했다. 타석 때마다 1루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졌다. 이택근은 자신의 타석이 돌아올 때마다 헬멧을 벗어 1루 관중석에 인사를 했다. “야유 때문이 아니라 2년 동안 나를 격려하고 응원해준 엘지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자 인사를 했다”는 게 이택근의 말이었다.

자유계약(FA)제도가 생기고, 평균 선수 수명이 길어지면서부터 스타들의 이적이 잦아졌다. 프랜차이즈 스타도 예외는 아니다. 이적에 가장 큰 이유는 운동 환경이다. 구단의 대우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당장 내일이라도 다치면 선수 생명이 위협받는 게 프로 선수다. ‘의리를 위해 몇억원쯤 포기해도 되지 않느냐’는 논리는 수십억원 연봉을 받는 몇몇 스포츠 선수들에게나 해당된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적 이면은 더 복잡하다. 은퇴하면 자연스레 보장되는 지도자 연수나 코치직을 포기하고 이적하는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그들의 이적이 마냥 ‘돈’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지난 14일 엘지 이대진이 기아(KIA)를 상대로 선발등판했을 때, 잠실구장 3루석의 기아 팬들은 박수를 쳐줬다. 이대진이 기아 시절 안긴 좋은 추억들 때문이다. 조인성, 이택근은 분명 엘지 팬들에게 애증의 대상이다. 한동안 가을 야구를 못 본 엘지 팬들이기에 이해는 된다. 그래도 그들의 ‘야유’가 그간의 좋은 기억들까지 묻어버리는 게 아닌지 아쉽기만 하다. 엘지 팬들의 넓은 아량을 기대해본다.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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