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어린 왕자’로 불렸다. 동안의 얼굴은 늘 밝았다. 1993년 최연소 노히트 노런도 기록했다. 쌍방울 레이더스의 ‘마지막 왕자’였는가. 상대 선수(장종훈)의 강한 타구에 얼굴을 직접 맞아 시즌을 접었던 해에 쌍방울 레이더스의 운명도 끝났다. 에스케이(SK)에서 새롭게 야구를 시작한 뒤 성실맨으로 선수들의 모범이 됐다. 통산 134승144패, 평균자책 3.93. ‘커브의 달인’ 김원형(40)은 8일 문학구장에서 은퇴했다. 단짝인 박경완을 남겨두고 이제 지도자의 길을 간다.
‘바람의 아들’이 있었다. ‘야구천재’라고 불렸고, ‘신’으로도 불렸다. 타격 정확도, 장타력, 주루, 송구, 수비 등 5박자를 고루 갖췄다. 가난한 집안 사정에 가족들이 배를 곯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악착같이 했던 야구. 하지만 개막 1주일 전 스스로 방망이와 글러브를 놓았다. 한 시대를 풍미했기에 영웅은 더이상 구차해지기 싫었다. 이종범(42)은 5일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타이거즈와 이별을 고했다. “꼭 다시 오겠노라”는 약속과 함께.
토종인데 별명이 ‘산체스’다. 도톰한 입술에 콧수염 있는 얼굴이 꼭 멕시코 선수라는 인상을 준다. 사이드암 투수로 공을 던질 때는 팔이 옆구리 쪽에서 나오지만 공을 놓는 위치는 스리쿼터 투수처럼 어깨 높이에 와 있다. 7일 한화전에서 생애 첫 공식 무대에 올랐고, 삼진을 포함해 1이닝 무실점으로 홀드를 기록했다. “타자와 싸울 줄 안다”는 평가를 듣는 김성호(23·롯데)다. 올 시즌 거인 마인드의 든든한 ‘허리’가 될 그는 “시즌 끝까지 긴장하지 않고 내 공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서건창(23·히어로즈)은 아직 별명이 없다. 2008년 엘지(LG)에 신고선수로 입단했지만 딱 한 번밖에 경기에 못 나갔다. 고심 끝에 2009 시즌 뒤 육군 현역으로 입대했다. 군을 마친 뒤 신고선수로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마침 팀의 주전 내야수가 부상을 당하면서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7~8일 두산과의 개막 2연전에 주전 2루수로 출전해 결승타를 때려내는 등 8타수 2안타 4타점을 올렸다. 생애 첫 안타, 첫 타점이었다. 그는 “항상 마지막이란 각오로 경기에 나선다. 시즌 끝날 때까지 1군에 있고 싶다”고 했다.
아쉬운 이별과 새로운 기대감이 교차하는 2012년 프로야구가 막 시작됐다. 어떤 선수는 그라운드를 처음 밟을 것이고, 어떤 선수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무대에서 모든 열정을 사를 것이다. 그리고 경기 때마다 영웅이 나올 것이고, 역적도 생겨날 것이다. 팬들은 ‘프로야구’라는 드라마의 희로애락에 울고 웃을 것이다. ‘그깟 공놀이’지만 감정이 짠해지는 것은 야구가 인생과 많이 닮아서일 게다. 올 시즌에는 팬들이 더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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