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박찬호 괜찮은 거야?”
최근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대답은 늘 같다. “글쎄.” 딱히 답이 없다. 지금은 시험기간이기 때문이다.
시범경기 동안 전력투구하는 선수는 신인 혹은 2군 투수다.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기 위해서다. 타자들도 마찬가지다. 주전이 아니라면 미친 듯이 방망이를 휘둘러야만 한다. ‘3월 깜짝 스타’가 많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한두해 이상 풀타임으로 뛴 주전들의 사정은 다르다.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치를 굳이 증명할 필요가 없다.
주전급 중에는 시범경기 활약을 오히려 경계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작년 홈런왕 최형우(삼성)도 그런 선수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최)형우가 타격 리듬으로 볼 때 요즘 잘 치면 4월에 못 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며 “전지훈련 동안 타격 기술이 좋아져서 시범경기 때 잘 맞는 것일 수도 있는데 너무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다. 투수의 경우도 비슷하다. 류 감독은 “시범경기 때는 투수들이 타자와 상대할 때 평소 안타를 잘 허용했던 공을 일부러 던져서 왜 맞았는지 분석하기 딱 좋다. 두들겨 맞았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삼성의 이승엽은 “시범경기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보는 시기”라고 잘라 말했다.
박찬호는 그동안 미국·일본에서만 활약했다. 국내 프로야구의 스트라이크 존도 낯설고, 상대 타자들도 전혀 모른다. 그가 알고 있는 것이라곤 전력 분석원이 전해준 상대 팀과 타자를 분석한 ‘박제된 정보’일 뿐이다. 그의 곁에는 박경완(SK)처럼 8개 구단 모든 타자들의 습성을 꿰뚫고 있는 베테랑 수비형 포수도 없다. 현재 할 수 있는 거라곤, 직접 부딪혀서 심판과 상대 타자의 성향을 스스로 깨쳐 가는 것이다.
21일 한화-롯데 시범경기 주심을 봤던 최수원 심판위원은 “박찬호가 100% 전력을 다해 던진다는 느낌은 없었다. 대체적으로 테스트를 한다는 인상이 강했다”고 했다. 박찬호는 이날 경기에서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한 개씩, 혹은 반 개씩 빠지게 공을 던지면서 타자들을 실험했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박찬호가 지금 시점에서 전력투구하지 않고 타자 상대 요령을 터득해가고 있다면 아주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경기 하이라이트 장면을 봤는데 스피드를 내려고 했는지 투구폼이 예전보다 커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찬호는 “(시범경기 때) 타자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면 (정규리그 때) 불리해진다”고 했다. 현재의 성적만 놓고 박찬호를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난해 롯데 외국인 투수 브라이언 코리는 시범경기 때 역대 최고 수준의 공을 던지다가 시즌 중반 퇴출됐다. 지금은 ‘노장’ 박찬호가 아닌 ‘베테랑’ 박찬호로 예우해줄 때다. 시범경기니까.
김양희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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