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넥센 히어로즈가 폭풍 전야를 맞았다. 경기조작 유혹을 뿌리쳤다고 고백한 소속 선수의 소환이 임박했기 때문이 아니다. 조작설 파문엔 신경쓸 겨를이 없다. 경기장 소유주인 서울시가 목동구장 내 광고권 입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의 배려로 그동안 낮은 값에 펜스 등의 광고권을 확보해 구단 재정을 확충해왔던 히어로즈로서는 생명줄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서울시는 경기장 소유자의 권리를 강조한다. 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송두석 소장은 20일 “목동구장의 시설관리로 그동안 수입보다 지출이 많았다”며 “최근 구장의 광고권을 확보하려는 외부 업체의 문의가 계속 온다”고 말했다. 시는 이미 두산·엘지의 홈구장인 잠실야구장의 올해 경기장 내 광고권리를 사업자한테 72억2000만원(작년 24억4500만원)에 팔았다. 목동구장의 광고권도 히어로즈 대신 훨씬 높은 값을 쳐줄 업체에 팔고 싶은 욕심이 굴뚝같다.
목동구장은 매력적인 상품이 됐다. 이택근 재영입에 ‘김병현’이라는 초특급 호재가 있다. 광고사업자들이 가만있을 리가 없다. 서울시는 히어로즈의 초기 정착을 지원했지만 이제 비즈니스 관계로 들어가고 싶어한다. 조례상 구장 임대와 광고권은 별도여서 걸림돌도 없다. 그러나 히어로즈가 느끼는 허탈감은 크다. 이장석 히어로즈 사장은 4년간 발바닥이 닳도록 뛰면서 군소 후원 업체 100여곳을 영입하는 등 영업 최전선에 있었다. 올 시즌도 구장 광고를 90% 이상 판매해 계약서까지 작성한 상태다. 서울시가 광고권을 입찰한다면 위약금 분쟁이 발생할 수가 있다.
근처 주민들에게 외면받던 야구를 이제 최고의 여가상품으로 만든 것은 히어로즈 구단이었다. 시민 행복지수에서 야구는 긍정적인 요소가 됐다. 히어로즈 쪽에서 “우리가 힘들게 마케팅해서 만들어 놓은 광고시장을 광고대행업체에 그대로 빼앗기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목동구장은 잠실처럼 1년 내내 임대해주지 않고 경기가 열리는 66~67일만 1일 대관해주는 형식이다. 나머지는 아마추어 선수들이나 사회인 야구팀들이 사용한다.
2008년 당시 목동구장 펜스에는 광고가 없었다.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해 막 리그에 참가한 히어로즈를 위해 광고주들은 지갑을 열지 않았다. 기댈 모그룹도 없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히어로즈는 작년 시즌에 펜스 구석구석을 광고로 채웠다. 히어로즈와 프로야구가 가치를 만들었고 마케팅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히어로즈 구단은 입장료, 구장 광고, 중계권 등으로 한 해 살림을 꾸려나간다. 스타디움 광고권을 내주게 되면 재정의 한 축이 떨어져 나간다. 경제 논리로만 따지면 시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스포츠나 스포츠 구단을 영업 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서울시는 사기업이 아니지 않은가.
김양희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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