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의혹’ 프로야구까지 불똥 튀나
불법 도박사이트 500개 기승
실책·볼넷 ‘상황별 베팅’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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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배구에 이어 야구까지 ‘경기 조작’ 의혹에 휩싸이면서 프로스포츠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축구나 배구와 달리 야구는 변수가 많아 승부조작이 어려운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승패를 조작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특정 상황에서 2명의 선수가 부정하게 경기에 개입했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에는 비상이 걸렸다.
프로야구는 승부를 조작하기가 가장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한 경기에 양 팀 합쳐 20~50명의 선수가 참여한다. 1~9회 3아웃 체제로 운영되는 등 규칙 자체가 복잡해 변수가 많다. 브로커가 승패를 조작하려면 감독부터 주전 선수 대부분을 포섭해야만 한다.
1919년 메이저리그 최악의 사건인 ‘블랙 삭스 스캔들’의 경우 시카고 화이트삭스 주전 선수 8명이 월드시리즈(9전5선승) 전체 승패를 놓고 일부러 패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2008년 2개 구단 해체로 이어진 대만프로야구 승부조작은 구단의 사무총장, 감독, 선수가 한통속이 돼 득점 기회 때 일부러 삼진을 당하거나 실점 상황에서 실책을 저질러 승부를 조작했다.
그러나 승패는 아니더라도 경기의 일부분을 조작할 수는 있다. 불법 온라인 스포츠 베팅 사이트에서는 야구의 경우 승무패 방식보다 세분화한 도박상품을 내놓는다. △선취 홈런팀 △선취 2루타 선수 △팀 전체 삼진아웃 수 △처음으로 파울아웃 되는 선수 △첫 볼넷 출루 선수 맞히기 등이다. 경기 진행 중에 즉석 베팅을 하기도 한다. 이 가운데 선취 볼넷 선수는 경기 전날 예고되는 선발투수나 당일 경기 주심을 매수하면 된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2008년 11월 불법 스포츠 베팅 사이트의 수를 500여개로 추정했고, 평균거래액을 사이트당 연간 75억원으로 추산했다. 연간 3조4000억~3조7000억원의 시장이다. 이들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 서버를 설치하고, 1~2개월 간격으로 주소를 옮긴다. 스포츠토토 관계자는 “보통 200~300명의 고객을 이메일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한다”고 말했다.
합법인 스포츠토토의 베팅액은 10만원 이하이고, 환급률은 50~60%다. 이에 비해 불법 사이트에서는 베팅액이 무제한이고 80~90%를 보장한다. 이 때문에 대박을 노리는 쪽에서는 선수나 심판 등을 끌어들이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2007년 40건의 불법 사이트 신고가 2010년 7951건으로 늘어났지만 치고 빠지는 것을 막기는 힘들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지난해 ‘불법 스포츠 베팅’ 용역 보고서에서 “온라인 도메인 선차단, 처벌 강화, 불법 수입에 대한 소득세 부과” 등의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침통한 한국야구위원회는 이날 “전지훈련 8개 구단에 대한 진상 파악에 들어갈 것이다. 부정 관련자가 나오면 규약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판위원이나 선수, 구단 관계자 등이 개입했을 경우 영구 제명될 수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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