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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햄버거 먹고 종일 ‘스윙’…해병대 출신도 ‘헉헉’

등록 2012-01-03 19:56수정 2012-01-03 21:58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김성근 감독이 3일 눈이 날리는 고양 국가대표야구장에서 선수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고 있다.  <스포츠온> 제공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김성근 감독이 3일 눈이 날리는 고양 국가대표야구장에서 선수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고 있다. <스포츠온> 제공
고양 원더스 새해 첫 훈련현장
‘야신’과 46명 선수들 눈발속 열정 불태워
고된 훈련에 짐싼 이도 “하루 2000개씩 공 치게”
열심히 캐치볼(공 주고받기)을 하는 선수들을 바라보는 김성근(70) 감독의 표정이 밝지 않다. 김 감독은 “선수들 스스로‘절박하다’고 말은 하는데, ‘절박’이라는 단어의 뜻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휴식 전에 미국프로야구에 진출했다가 다시 돌아온 정영일에게 3㎏ 감량을 지시했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목표치를 정해주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자 영 마뜩지 않았던 것이다.

눈발이 날린 3일 고양 국가대표야구장. 전주 캠프 후 3일 동안 쉬었던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 선수들이 새해 첫 훈련을 했다. 훈련 전 미팅에서 김성근 감독은 “기회는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프로에서 방출되거나 드래프트에서 탈락한 선수들에게 고양 원더스는 마지막 기회다. 김 감독은 “일본 고치 전지훈련 일정을 짜는 데 난생처음으로 11시간이나 걸렸다. 나도 이렇게 노력하는데, 코치들에게 의존하려고만 하지 말고 스스로 깨달아가면서 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하루 14시간의 고된 훈련이 이어진 전주에서는 5명이 팀을 떠났다. 한 고졸 선수는 체력 훈련 하루 만에 스스로 짐을 쌌고, 또다른 선수는 훈련 중반 쯤 “너무 힘들어서 못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쪽지를 남기고 떠났다. 몸무게가 너무 많이 나가 김 감독이 돌려보낸 선수들도 몇명 있다. 현재 선수단 인원은 투수 20명, 야수 26명 등 총 46명. 이들은 5일 다시 전주로 내려갔다가 15일 일본 고치로 출국한다.

이미 전주에서 5000개의 공을 썼는데, 3월4일까지 이어질 고치 훈련을 위해 3만개의 공을 준비했다. 김 감독은 “하루 2000개 공을 치게 하겠다”고 했다. 전주에서 망치 타격 훈련과 빗자루 투구 훈련 등을 하면서 기본기를 가르쳤던 그는 “훈련 초반에는 선수들의 타구가 펜스 근처밖에 못 갔는데 이젠 제법 펜스 밖으로 넘어간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해병대 말년 휴가 때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합격한 뒤 지난해 25일 제대하자마자 합류한 내야수 김정록(22)은 “해병대만큼 훈련이 힘들어서 꼭 야구계의 해병대 같다”면서도 “감독님께 야구를 배울 수 있어 몸은 힘들지만 기분은 아주 좋다”고 했다. 고양 원더스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꿈꾸는 정영일(24)은 “힘든 훈련 쯤은 각오하고 왔다”며 전의를 붙태웠다. 선수들은 눈이 오는 와중에 추운 더그아웃 한편에서 햄버거 하나로 점심을 때운 뒤 다시 훈련에 임했다.

김성근 감독은 훈련 동안 선수들 몰래 양쪽 어깨를 연신 주물렀다. “원래 왼쪽 어깨가 아팠는데 이제 오른쪽도 아파 온다. 선수들 투구폼을 교정해줘야 하는데 팔을 들어올리기만 해도 아프다.” 하지만 투수의 폼이 엉성하면 시범을 보이면서 만족스러울 때까지 폼을 잡아줬다. 타자들의 배팅 때는 직접 공을 띄워주며 가르쳤다. 열정이 넘치는 칠순의 ‘야신’과 한번 이상 좌절과 실패를 맛본 선수들의 ‘야구 인생 뒤집기’ 노력은 새해에도 가열차다.

고양/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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