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타들의 재테크법
박찬호·이승엽은 빌딩에 관심
김연아·박지성 상가투자 ‘쓴맛’
“그나마 사기 안당하면 다행”
박찬호·이승엽은 빌딩에 관심
김연아·박지성 상가투자 ‘쓴맛’
“그나마 사기 안당하면 다행”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ㅇ선수는 깜짝 놀랐다. 다국적 보험회사가 파산 직전이라는 뉴스 때문이었다. 4년 12억원의 연금보험을 들었던 그는 눈앞이 노래졌다. 다행히 별개 회사였고, “43살 이후부터 죽을 때까지 매달 1000만원이 나오는 연금보험”은 무사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는 그는 자유계약선수(FA)로 챙긴 목돈의 여유 자금으로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은퇴의 시기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스포츠선수의 수명은 고작 15~20년이다. 마흔살 안팎이면 경기장 밖 냉정한 현실 세계로 내몰린다. 프로 지도자의 길도 있지만 몇몇에 한정된 얘기다. 아마추어 코치 연봉이래봐야 한달 150만원 안팎. 그래서 선수 때 목돈을 모아놓거나 투자를 해놔야 생활이 가능해진다. 특급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부동산이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38)는 서울 신사동에 지하 4층, 지상 13층 빌딩을 지어 작년 10억원 안팎의 임대료 수익을 올렸다. 삼성에 복귀한 이승엽(35)은 일본 지바 롯데, 요미우리에서 활약하면서 벌어들인 돈으로 지난해 시가 330억원대의 서울 성수동 에스콰이어빌딩을 매입했다. 프로농구의 서장훈(37)도 서울 양재동에 100억원이 넘는 빌딩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ㅅ선수는 한 새도시 중심부의 6층짜리 낡은 건물에 투자했는데, 재건축 허가가 떨어지면서 ‘대박’이 났다. 국가대표를 지낸 ㅂ선수는 부동산 투자가 거듭 성공하면서 100억원대 자산가가 됐다는 소문이 있다. 국외로 진출했다가 돌아온 ㅇ선수의 경우는 호주에 집과 농장 등을 사놨는데, 은퇴 뒤 호주로 건너갈 생각을 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가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축구 스타 박지성(30)은 경기도 용인시 흥덕지구에 ‘스타프라자’라는 이름의 지하 2층~지상 7층 건물을 2009년 완공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고전하고 있다. ‘피겨 여왕’ 김연아(21) 또한 2010년 30억원을 들여 인천 송도에 상가 3채를 구입했으나 주변 상권이 죽어 아직은 이익을 보지 못하고 있다. 광고 수입 등으로 연간 수십억원을 벌어들이는 김연아는 현재 쓴맛을 본 부동산보다는 저축, 적금 등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에 눈을 돌리는 선수도 많다. 스포츠 해설가로 활약중인 양준혁은 은퇴 전부터 포항 구룡포의 전복양식장에 투자해 연간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김치찌개나 고깃집 등 먹는 장사나 휴대전화 대리점 운영 등 억대 규모의 투자로 수익을 노리는 선수들도 여럿이다.
그러나 스포츠선수는 종종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은퇴한 프로농구 선수 현주엽은 올해 선물투자로 큰 수익을 내주겠다는 말에 넘어가 17억원을 떼였다. 야구 ㄱ코치는 부인이 증권 고수익 사기를 당하면서 수억원을 날렸다.
안경현 해설위원은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10억원 이상의 큰돈을 만지는 선수들도 맨 처음 하는 게 집장만하기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제 살 집 구하기도 벅차다”며 “부동산 투자나 주식 등으로 재산을 불린 선수들은 극히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며 그나마 사기를 안 당하면 다행”이라고 했다. 이름이 알려진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선수들은 재테크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를 꺼린다. 성적이 안 나왔을 때 팬들로부터 “배부르니까 못하지”라는 비아냥을 듣기 싫어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김연아 선수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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