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비 발렌타인
보비 발렌타인(61) 감독이 10년 만에 메이저리그 현장에 복귀한다. 그는 2일(한국시각)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공식적으로 보스턴 레드삭스 45대 감독으로 취임했다. 계약기간은 2+2년. 첫 2년은 보장됐고, 다음 2년은 옵션이 걸려 있다. 취임사에서 그는 “정말 미칠 듯이 흥분된다. 좋은 팀에서 뛰어난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다니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발렌타인 감독은 35살이던 1985년 처음 빅리그 사령탑으로 데뷔해, 텍사스 레인저스(85년~92년), 뉴욕 메츠(96년~2002년)에서 15년 동안 감독 생활을 했다. 이후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2004~2009년)를 이끌며 일본시리즈 우승(2005년)을 맛봤고, 지난 2년 동안은 <이에스피엔>(ESPN) 야구해설가로 활동했다.
발렌타인 감독은 그동안 꾸준하게 ‘메이저리그 차기 감독 후보군’에 이름을 올려왔다. 하지만 매번 낙방했던 이유는 직설적인 그의 성격 때문. 감독 시절 자율 야구보다는 관리 야구를, 그리고 빅볼보다는 스몰볼을 추구하면서 선수들과 종종 마찰을 빚었다. 이승엽 또한 지바 롯데 시절 발렌타인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왼손투수에는 오른손 타자, 오른손 투수에는 왼손 타자를 엇갈려 맞붙이는 기용법) 탓에 한동안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일부 보스턴 선수들도 이런 점 때문에 발렌타인 감독 내정 소식에 반발하기도 했다. 구단과도 그리 친화적은 아니다. 할 말은 꼭 하는 성격이라 종종 사무실에서 고성이 오간다. 2002년 이후 9년 동안 85차례나 감독이 바뀐 메이저리그에서 발렌타인 감독이 외면받은 결정적 이유다.
그래도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감독 재임 15시즌 성적이 1117승 1072패(승률 0.510)다. 벤 체링턴 보스턴 신임 단장은 “맨 처음 생각했던 감독 후보군에는 발렌타인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열정과 승리에 대한 갈망을 믿기에 신임 감독으로 뽑았다”고 설명했다. 보스턴은 지난 시즌 종료 한달 전까지 와일드 카드 경쟁에서 9경기나 앞서고도 참담한 9월 성적(7승20패)으로 포스트시즌에 탈락했다. 결국 팀융화적이고 온화했던 전임 테리 프랑코나 감독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는 카리스마 있는 강력한 지도자를 새로이 영입해 팀 재건에 나섰다고 할 수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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