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출신 첫 ‘MLB 직행’계약
2년 320만달러…볼티모어 “쭉 지켜봤다”
공끝 좋지만 왼손타자 몸쪽 승부구 필요
2년 320만달러…볼티모어 “쭉 지켜봤다”
공끝 좋지만 왼손타자 몸쪽 승부구 필요
정대현(33)의 입술은 종종 터져 있다. 큰 경기를 치른 뒤면 더욱 그렇다. 던질 때 습관적으로 입술을 깨물기 때문. 내년 시즌 입술 부르튼 정대현을 메이저리그에서 볼 전망이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입단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 이상훈, 구대성 등 일본에서 검증받고 미국프로야구로 진출한 선수들은 있었지만, 메이저리그로 직행하는 선수는 정대현이 처음이다.
■ 메이저 주전 불펜투수 대우 정대현은 21일(현지시각) 볼티모어와 2년 320만달러(36억8000만원) 입단 계약에 합의했다. 계약금 20만달러에 2012년 연봉 140만달러, 2013년 160만달러의 계약이다. 메디컬 테스트만 합격하면 확정된다. 2010년 메이저리그 주전 불펜투수들의 평균 몸값은 211만달러여서 빅리그 진출 첫해치고는 나쁘지 않다.
댄 두켓 볼티모어 부사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대현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확정짓는 순간 마운드에 있었고, 그동안 구단이 쭉 지켜봐왔던 선수”라며 “통산 평균 자책이 2점대 미만인 A급 투수다. 벅 마르티네스(2006 WBC 미국 대표팀 감독)에 따르면 정대현이 메이저리그 불펜투수들과는 다른 투구 궤적을 갖고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한 볼티모어는 올 시즌 69승94패(승률 0.426)로 리그 꼴찌를 기록했다. 마운드 보강이 시급해 정대현에게 계속 관심을 보여왔다. 벅 쇼월터 감독은 그동안 김병현, 박찬호 등과 인연을 맺었던 사령탑이다.
■ 정대현의 희소성 정대현은 정통 언더핸드 투수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는 프로 선수들을 제치고 대학 선수(경희대)로는 유일하게 대표팀에 뽑혔다. 최고 구속은 140㎞도 안 되지만 타이밍을 뺏는 투구로 미국 대표팀을 농락했다. 이후에도 정대현의 구질은 국제 무대에서 통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을 포함해 22차례 경기에 나서 2승1패 3세이브 평균자책 2.52의 성적을 올렸다. 50이닝을 던지면서 뺏은 삼진만 56개에 이른다. 2001년 프로 무대 데뷔 후에도 철벽 불펜으로 타자들을 꽁꽁 묶었다. 두 시즌 동안 타격 10관왕을 차지한 이대호도 정대현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였다. 올 시즌 성적은 3승3패16세이브11홀드에 평균자책 1.48. 통산 성적은 32승22패99세이브76홀드에 평균자책 1.93. 통산 평균 피안타율은 0.212에 불과하다.
싱커와 커브, 두가지 구질로 승부한다. 직구는 없다. 싱커는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고, 커브는 ‘떠오르는 커브’와 슬라이더처럼 보이는 ‘바깥쪽으로 휘는 커브’ 두 종류이다. 마르티네스 전 미국 대표팀 감독이 “독특한 궤적을 갖고 있다”고 말한 이유다. 공 끝의 움직임이 워낙 좋아서 타자들의 체감 속도는 140㎞ 이상이다.
■ 빅리그에서 통할까 이효봉 해설위원은 “현재 메이저리그에서는 언더핸드 투수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 일단 희소가치가 있다”며 “선발이 아니라 불펜이기 때문에 한 타자를 1경기에서 한 번밖에 상대하지 않는다.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김병현과의 비교에 대해서는 “김병현은 사이드암 쪽에 가까웠다. 공도 빨랐다”며 “정대현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투구를 한다. 공이 빠르지 않다고는 하지만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공 끝 움직임이 좋아 결코 느리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김정준 전 에스케이(SK) 전력분석 코치는 “정대현은 희소성도 있고 안정감도 있다. 마운드에서 흔들림이 없는 것도 강점”이라며 “왼쪽 타자의 몸쪽으로 휘는 공을 던질 수 있느냐가 숙제가 될 것이다. 베이징올림픽 때 미국 대표팀 왼손 타자에게 바깥쪽 커브를 던지다가 홈런을 맞았는데, 왼쪽 타자에게 자신있게 몸쪽 커브를 던질 수 있어야만 성공할 것”이라고 했다. 왼손 타자 공략을 위해 구질 보완이 필요하다는 조언이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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