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5억엔 베팅’ 일 오릭스행 유력
국외도전 실패해도 복귀 수월
‘김태균 효과’로 몸값도 그대로
국외도전 실패해도 복귀 수월
‘김태균 효과’로 몸값도 그대로
자유계약선수(FA) 선언→구단의 고액 제시 뿌리치고 일본행→1~2년 뒤 고액 받고 복귀. 선수한테는 최상이고, 구단은 죽을 맛이다. 그런데 이것이 최근 몇년간 프로야구 대어급 선수들의 이동 사이클이다. 이병규(LG), 이범호(KIA), 이혜천(두산) 등이 이 흐름을 탔다. 19일 일본 지바 롯데에서 풀려난 김태균도 연봉 10억원 이상의 뭉칫돈을 받고 한화에 복귀할 전망이다. 선수로서는 일본 진출이 손해 나는 장사가 아니다.
■ 100억원을 뿌리친 이대호 롯데는 협상 마지막날인 지난 19일 이대호를 잡기 위해 과거 최고액(심정수·4년 60억원)을 넘는 4년 100억원(보장 80억원+옵션 20억원)을 제시했다. 2003년 이승엽의 일본 진출 때 삼성이 최대 100억원을 베팅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100억원이 제시된 것은 처음이다. 롯데의 올해 입장 수입 99억5000만원보다 큰 거액이다.
부산팬들은 “이대호가 떠나면 다시는 롯데를 안 보겠다”며 압박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뿌리쳤다.
■ 선수는 손해 보지 않는다 이대호는 이승엽, 박찬호가 몸담았던 오릭스 버펄로스행이 유력하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스포츠닛폰>은 20일 ‘이대호, 오릭스 입단 확정적’이라는 기사에서 “오릭스가 2년 총액 5억엔(약 73억원) 이상을 준비중”이라고 보도했다. 오릭스가 이대호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대호처럼 정교함을 갖춘 오른손 거포가 일본에서도 드물기 때문. 게다가 한국에 팔 중계권료(연간 15억원 안팎)와 재일동포를 상대로 한 입장 수입 확대를 고려하면 매력적인 매물이다.
이대호는 “꿈과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해외 진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뒤에 ‘롯데’라는 안전장치가 있어 도전해볼 만하다. 성공하면 일본에서 거액을 보장받고, 실패해 돌아오더라도 몸값의 변화는 거의 없다.
■ 봉이 된 국내 구단? 김성근 전 에스케이 감독은 과거 “일본 진출 후 ‘안되면 한국으로 돌아가면 되지’ 하는 마음을 먹으면 안 된다. 끝까지 해보겠다는 선수들의 근성이 아쉽다”고 말했다. 일본 진출 선수들이 너무 쉽게 국내로 유턴하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이범호는 1년 만에, 이혜천과 김태균은 2년, 이병규는 3년 만에 발길을 돌렸다. 그때마다 국내 구단들은 진출 전과 비슷한 몸값으로 계약했다. 선수들이 “일단 나간다”는 생각을 갖게 된 이유다.
구단들은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걸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해외 진출 뒤 돌아올 때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박탈하는 방법도 논의한 바 있다.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단장회의에서 제재조처를 얘기하고 시행하려고 했는데 그때마다 구단들이 약속을 어겼다”고 했다. 일본 진출 옵션 때문에 자유계약 특급선수들의 몸값이 지나치게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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