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근(31·왼쪽)과 조성환(35·오른쪽)
프로야구 FA협상 몸값 갈등
프로야구에 때 이른 한파가 찾아왔다. 사상 최대의 돈잔치가 될 것이라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원소속 구단과의 협상 테이블에 선수들의 한숨과 분노가 넘쳐난다. 시장에 나온 17명 선수들 중 15일까지 계약을 마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 단순한 힘겨루기일까, 아니면 이상과 현실의 충돌일까. 원소속 구단과의 우선협상 기간 종료일은 19일이다.
■ FA선수들, “내 가치가 고작 이만큼?” 이택근(31·왼쪽)은 뿔이 났다. 14일 1차 협상에서 엘지가 제시한 액수가 성에 안 찼기 때문. 자신이 생각했던 액수와는 10억원 이상 차이가 났다. 구단 제시액에 옵션 조항이 많아 기본 보장액이 적은 것도 불만이다. 이택근은 “다른 팀으로 가라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택근을 비롯해 조인성(36), 이상열(34), 송신영(35) 등 엘지 출신 자유계약선수들도 비슷한 마음이다.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 조성환(35·오른쪽) 또한 구단에 섭섭한 감정을 토로하고 있다. 조성환은 1차 협상 후 “10년 동안 구단을 위해 헌신해 왔는데 내 가치가 이것밖에 안 되나 싶다”고 말했다. 임경완(36)도 2년 7억원(옵션 포함)을 제시받고 착잡한 마음뿐이다.
시장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최고 불펜 투수 정대현(33)은 에스케이와 협상을 하고 있으나 일단은 우선협상 시한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연봉은 프로선수의 자존심이다. 일단 시장의 평가를 받고 싶다”는 게 그의 의지다. 두산(김동주·임재철·정재훈)도 협상 과정에 있으며, 삼성(진갑용·강봉규·신명철)도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에서 협상을 진행중이다. 최대어인 이대호(29)는 15일 롯데와 1차 협상을 했으나 17일쯤 서로 원하는 액수를 밝히기로 했다.
■ 소속 구단들, “FA는 과거 보상 아닌 미래 투자” 구단들은 에프에이 협상에서 과거 성적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나이와 미래 가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은 자신의 나이를 고려치 않고 무조건 ‘과거에 이런 성적을 냈으니 이만큼 달라’고 한다. 좋았을 때의 성적만 보고 나빴을 때는 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구단들이 갈수록 계약할 때 옵션 조항을 많이 다는 것도 과거 학습 효과 때문. 4년 40억원 이상 투자한 선수들 중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인 선수가 거의 없다. 또다른 구단 관계자는 “10년 가까이 에프에이 협상을 해오면서 구단들도 이제 노하우가 생겼다. 매해 꾸준히 3할을 칠 수 있는 선수는 장성호 급(4년 42억원) 식으로 협상 기준치가 마련됐다”며 “이대호 같은 거물급 타자가 나온 올해 수십억원의 몸값 얘기가 나오자 선수들이 저마다 ‘이대호’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며 분위기에 휩쓸린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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