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등 17명 신청…19일까지 원구단과 협상
정대현·송신영 등 수준급 중간투수 이동에 관심
정대현·송신영 등 수준급 중간투수 이동에 관심
자유계약(FA) 시장이 10일부터 열린다. 올해는 이승엽, 김태균의 국내 복귀와 맞물려 ‘판’이 커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9일 발표에 따르면, 역대 최다인 17명이 FA 신청을 했다. 이들은 19일까지 원소속구단과 협상한다. 야구위원회 한 관계자는 “역대 최다, 최고의 판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100억원 시대의 도래? 올해는 ‘타격 7관왕의 사나이’ 이대호(롯데), 불펜의 핵인 정대현(SK)이 매물로 나왔다. 김태균과 이승엽도 FA 자격을 갖추고 있다.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100억원 시대’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전체 ‘판돈’ 또한 3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1998년 처음 도입된 FA제도로 이강철, 김동수(이상 3년 8억원), 송진우(3년 7억원) 등이 첫 수혜자였다. 이후 액수는 더욱 커져 2000년 말 홍현우와 김기태가 두자릿수 시대(4년 18억원)를 열었고, 2003년 말 롯데는 정수근에게 40억6000만원(6년)을 안겨줬다. 2004년 말 심정수는 현대에서 삼성으로 옮기면서 FA 최고액 대우(4년 최대 60억원)를 받았다. 삼성은 이승엽의 일본 진출 직전 해인 2003년 당시 100억원 가까운 돈을 내걸었다.
■ 불펜투수들의 몸값은? 정대현, 이승호(20번·이상 SK), 송신영(LG), 정재훈(두산), 임경완(롯데) 등 수준급 불펜 투수들이 대거 나왔다. 현재 삼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단들은 고질적인 불펜난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학습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동안 거액의 몸값을 받은 투수들은 대부분 ‘먹튀’가 됐다. 진필중(4년 30억원), 박명환(4년 40억원), 손민한(1년 15억원) 등이 좋은 예다. 안경현 <에스비에스 이에스피엔>(SBS ESPN) 해설위원은 “타자들은 나이가 들어도 경험과 기술로 버틸 수 있는데,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은 나이가 들면 공 스피드가 떨어져서 타자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고액 계약을 한 투수들은 대부분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였다”고 분석했다. 영입 0순위로 꼽히는 정대현은 공 빠르기보다는 제구력과 구질로 승부한다. “FA 투수 영입은 도박”이라는 분위기 속에서도 몸값이 오를 수 있다.
■ 올해도 부익부 빈익빈? 17명의 선수들이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현실은 냉혹하다. 일부 특급 선수들만 목돈을 손에 쥔다. 지난해 이도형과 최영필, 2007년 차명주와 노장진은 구단 만류에도 FA 신청을 했다가 결국 팀을 구하지 못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보상제도가 그들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현재 한 구단이 다른 팀 소속이었던 FA 선수를 영입하려면, 해당 선수의 전년도 연봉 300%나 전년도 연봉 200%에 보호선수(20명)를 제외한 1명을 보태서 상대팀에 보상해야 한다. 올해 들어 완화된 규정이기는 하지만 ‘보호 선수 20명 외의 1명’이 걸린다. 웬만큼 선수층이 엷은 구단이 아니면 고참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젊은 선수를 내주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 일본은 B급 이하의 선수들에게도 구단 이적의 자유를 주기 위해 FA에 등급을 매겨 보상을 차등화하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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