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가들이 본 2011 결산
류중일·양승호·이만수
“3세대 사령탑의 등장
해태-삼성 라이벌 재현
SK의 변신·두산 재건 등
“내년엔 700만 흥행 가능”
화끈한 야구가 주류로”
류중일·양승호·이만수
“3세대 사령탑의 등장
해태-삼성 라이벌 재현
SK의 변신·두산 재건 등
“내년엔 700만 흥행 가능”
화끈한 야구가 주류로”
정규 680여만 관중 신기록 등 2011 프로야구는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새 인물의 등장과 공격적 야구, 팬 열기는 만성적자의 구단에도 흑자 전환의 희망을 알렸다. 전문가들은 어떨까? 이용철 , 양상문 , 이병훈 , 안경현 등 해설위원에게 올 시즌의 특징을 들어봤다. 한자리에 모이진 못했으나, 전화상으로 풀어놓은 그들의 토크는 뜨거웠다.
-삼성과 류중일 감독을 빼놓고 2011 시즌을 논할 수는 없는 것 같은데.
이용철 지난해까지 삼성은 불펜 야구의 이미지였다. 그러나 선발도 역할을 잘해줬다. 선발이 앞에서 끌어주니 불펜의 부하가 오지 않았다. 선발, 중간, 마무리의 분담이 확실했다. 한두명 부상자의 공백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선수층도 두터웠다.
양상문 류중일 감독이 잘한 점은 중장거리 타자 라이언 가코를 교체할 때 야수 대신 투수를 뽑은 것이다. 공격 강화를 위해 야수를 데려왔다면 우승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병훈 류중일 감독이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대로 야구가 됐다. 선동열 감독이 자리잡은 지키는 야구에다 빠른 야구, 공격적 야구를 가미했다.
안경현 삼성은 이제 새로운 강자다. 기존 투수력에 타자들의 경험이 생겼다. 세대교체가 잘 이뤄졌다. 내년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류 감독, 양승호 롯데 감독, 이만수 에스케이 감독대행 등 새로운 사령탑들이 좋은 성적을 냈는데.
이병훈 류중일 감독은 원래 성격 자체가 좋다. 코치 생활을 하면서 형 같은 개념으로 갔다. 고민도 들어주고 그랬다. 감독이 되어서도 그 틀을 깨지 않았다. 선수들이 못하면 같이 아파해주고 격려해주고 한결같았다. 만약 감독 되고 바뀌었으면 선수단이 반발했을 것이다.
이용철 맞다. 류중일 감독은 사령탑이 되어서도 똑같았다. 선수들에게 신임을 받았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25년 동안이나 한 팀에 있었으니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감독 교체도 워낙 삼성에 오래 있던 코치가 새로 감독이 되어서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양승호 롯데 감독도 시즌 중에 선수들에게 스트레스를 안 줬다고 하더라. 자기 방식대로 선수들과 소통해갔다.
양상문 보통 신임 감독은 망가진 팀을 맡는다. 하지만 삼성, 롯데는 기존의 전력이 워낙 탄탄했다. 감독 능력이 있기도 했지만 기본적인 전력을 갖춘 팀을 맡아 운신의 폭이 넓었다. 이만수 감독대행도 마찬가지다.
이용철 그래도 새로운 감독들의 등장은 야구의 시대적 흐름 같다. 향후 10년 정도는 자꾸 새로운 얼굴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10년 후 구단 경영 흐름의 변화나 마케팅 요구에 따라 과거 향수를 자극하는 60~70대 감독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젊은 야구, 소통의 야구가 대세다.
이병훈 결국 선수들의 나이를 생각해야 한다. 예전에는 실업야구 스타들이 감독이 됐다. 그들이 아니면 지도자감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들이 번갈아가면서 구단 감독을 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선수 마인드도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버뀌었다. 선수들은 자신이 아니다 싶으면 감독이 하라고 해도 안 한다. 젊은 감독들은 개입할 때와 안 할 때를 잘 안다.
안경현 정말 이제는 3세대 감독으로 넘어가는 듯하다. 3세대 감독들은 작전보다는 공격적인 면을 강조한다. 번트 같은 것도 잘 안 댄다. 메이저리그와 비슷하게 힘으로 밀어붙이는 화끈한 야구가 많이 나올 것 같다. 선수들과의 대화도 많이 이뤄질 것이다. 같은 선수였고, 또 코치였기 때문에 대화가 된다. 하지만 양면성이 있다. 선수들을 휘어잡기 위해 고참들하고 대화 단절이 될 수도 있고, 너무 소통하면 선수들이 감독을 만만하게 볼 수 있다. 결국 균형이 중요하다. 모든 것은 결과로 얘기되겠지만 말이다.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로 누굴 염두에 두는가?
이용철 윤석민(KIA)이냐 오승환(삼성)이냐인데, 윤석민이 받기에는 팀 성적이 조금 그렇다. 오승환은 1세이브가 아깝다(48개였다면 아시아 최다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그래도 마무리 쪽에서 한번 최우수선수가 나오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안경현 이닝수나 성적만으로 따져보면 투수 4관왕 윤석민에게 줘야 할 것 같은데….
이병훈 그렇다. 이것저것 따져봤을 때 윤석민에게 줘야 맞는 것 같다. 두 팀 야수진, 특히 포수 능력치를 비교해봐도 윤석민이다. 타선이 불안했는데도 잘 던졌다.
양상문 하지만 오승환이 연속 경기 세이브 기록도 그렇고 시즌 중에 대기록을 많이 세웠다. 우승 메리트도 있고 한국시리즈에서 워낙 강력했다. 윤석민이 조금 손해 보는 느낌이 있기는 하다. 정규리그 직후 최우수선수를 뽑는 방식으로 투표 일정을 앞당겨야 할 것 같다.
-내년 시즌 야구가 더 흥미로울 것으로 전망하나?
양상문 올 시즌 확실히 야구가 발전했다. 선수들 능력이나 관중 운용, 경기 풀어가는 능력 등 세계 1위다운 야구를 했다. 투타 기술도 예전보다 좋아졌다. 이승엽, 김태균 등 스타들이 돌아오면 발전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다. 내년 시즌에도 삼성, 에스케이는 강할 것 같다.
이용철 참 재미있을 것 같다. 과거의 해태-삼성 구도가 다시 나올 것 같고, 선동열의 야구 스타일을 삼성 선수들이 알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에스케이도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종잡을 수 없을 것 같다.
안경현 이만수 감독대행은 내년 시즌에야 비로소 평가받을 것이다. 내년에 자신이 구상한 팀색깔을 만들 것이다. 가장 흥미롭게 지켜볼 팀이 엘지와 두산인데, 엘지는 김기태 신임 감독이 선수단 장악 능력이 충분히 있어 지켜볼 만하다. 두산은 투수진 전체가 무너진 느낌인데 재건이 관건이다.
이병훈 올해 프로야구는 한마디로 ‘혼돈’이었다. 팀 순위 경쟁도 그렇고, 감독 교체도 그랬다. 내년에는 진짜 재미있을 것 같다. 아마 동률팀이 여럿 나오지 않을까 싶다. 전지훈련 때부터 신경전이 대단할 것이다.
-내년에는 700만 관중을 넘어설까?
공통적으로 우승팀(삼성) 홈구장 수용 인원이 겨우 1만명이다. 구장만 좋았다면 올해 정규리그에서 700만명을 넘었다. 내년에 분명히 700만명 넘을 거다. 대구, 광주 구장 수용 능력이 2만명 이상이면 1000만명도 가능한 게 지금 프로야구 열기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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