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3차전 SK타선 ‘꽁꽁’
“강하게 보이려 수염 길렀다”
“강하게 보이려 수염 길렀다”
11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 6회초 2사 만루 에스케이(SK) 공격에서 광주구장에 큰 함성이 퍼졌다. 김진우(28·KIA)가 마운드로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2006년 10월8일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등판 이후 1829일 만의 가을 야구 합류다. 원조 에이스의 등판에 타이거즈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김진우는 2007년 이후 힘든 길을 걸었다. 부상과 복잡한 사생활, 그리고 팀 무단이탈과 임의탈퇴. 그사이 몸도 마음도 많이 상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겨울 임의탈퇴 신분에서 벗어나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6월 초 1군에 올라왔지만 7경기 등판 만에 2군으로 내려갔다. 제구가 안 됐기 때문이다. 2군에서 다듬은 뒤 9월 말 다시 돌아왔다. 불펜이 약한 팀 사정 때문에 포스트시즌 엔트리 진입 가능성을 점검받았다. 훨씬 안정된 투구에 그는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었다.
김진우는 최근 수염을 길렀다. “상대에게 강하게 보이고 싶어서”였다. 1, 2차전에서는 등판 기회가 없었다. 3차전 경기 전에는 “초구부터 자신있게 스트라이크를 던지겠다. 그래야 상대가 위축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6회초 2사 만루의 위기에서 정상호를 투수 앞 땅볼로 처리했다. 8회초 1사 후 박정권에게 우전안타를 내줬을 뿐 3⅓이닝 동안 에스케이 타선을 꽁꽁 묶어놨다. 37개 공을 던지면서 직구 최고 구속은 147㎞까지 나왔고 주무기인 파워 커브의 각도도 예리했다. 김진우를 상대한 한 에스케이 선수는 “직구와 파워 커브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간간이 130㎞ 중반대 포크볼도 날아와서 상대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오래 쉬었기 때문에 김진우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조범현 기아 감독은 경기 뒤 “(김)진우가 차분하게 잘 던져줬다”며 칭찬했다. 팀은 비록 패했으나 호랑이 원조 에이스의 화려한 포스트시즌 복귀에 기아 팬들은 어느 때보다 들뜨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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