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도 1등 나름이다. 정말 하기 싫은 불명예 1등이 있다. 실력을 떠나 운까지 안 따라주니 정말 울고 싶은 마음 뿐이다.
19일 현재 프로야구 최다패 불명예는 넥센의 투수 브랜든 나이트가 안고 있다. 나이트는 올 시즌 13패(7승)를 했다. 실력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13차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에서 승리투수가 된 적은 6차례 밖에 없다. 타선의 후줄근한 뒷받침이 야속했다.
한화의 투수 안승민은 올해 가장 많은 홈런(21개)을 얻어맞았다. 21개 모두 다른 선수에게 허용했다. 안승민은 올 시즌 1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들 중 유일하게 3할대 피안타율(0.317)을 기록하고 있다. 안타를 많이 허용하다보니 덩달아 홈런도 많이 내줬다. 피홈런 공동 2위 투수는 차우찬(삼성)과 김혁민(한화·이상 17개). 공을 제일 많이 패대기친 선수는 넥센에서 엘지(LG)로 이적한 김성현이다. 14차례나 폭투를 했다. 팀승리를 날려버린 블론세이브 1위는 두산 정재훈(6차례)이다.
팀타율 1위인 롯데의 타자들은 혼자 죽지 않고 ‘같이 죽는 일’이 잦았다. 병살타 1~3위에 이대호(22개), 홍성흔(20개), 강민호(18개·이상 롯데)가 올랐다. 셋 모두 몸무게 90㎏ 이상의 ‘느림보’다. 특히 홍성흔은 통산 최다 병살타 및 연속 경기 병살타 기록을 올 시즌에 세웠다. 롯데는 당연히 팀병살타 1위(119개)에 올라 있다.
넥센의 코리 알드리지는 지금까지 무려 131차례나 삼진을 당한 ‘삼진왕’이다. 경기당 평균 1.24개로, 2~3위 그룹과 30개 안팎의 차이가 난다. 최진행(한화·99개), 김민우(넥센·94개)가 알드리지 뒤를 잇는다.
많이 뛰니 죽는 일도 많았다. 도루 부문 공동 2위의 엘지의 이대형은 올해 48차례 도루 시도 가운데 33번은 성공했으나 15번은 횡사했다. 4년 연속 도루왕에 올랐던 터라 상대 포수의 견제가 심해 도루 성공이 쉽지 않았다. 도루 실패 2위는 강동우(한화). 모두 28번 뛰어 절반(14번)만 살았다. 같은 팀 카림 가르시아는 6번 뛰어 단 1번만 살았다. 오히려 뛰지 않는 게 나을 뻔 했다. 이밖에 최다실책(22개)은 삼성 유격수 김상수가 하고 있다. 2위 박경수(LG·17개)와는 5개 차이나 난다.
불명예를 뒤집어썼다고 슬퍼할 일은 아니다. 2007년 시즌 최다패(18패)를 당했다가 올해 최다승(16승)을 달리는 윤석민(KIA)을 보라. 와신상담하면 역전이 가능하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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