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야구·MLB

신화 던진 황금팔 ‘영원한 가을의 전설’로…

등록 2011-09-14 20:22수정 2011-09-14 22:16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 별세
한국시리즈 4승·선동열과 맞대결 ‘명장면’
‘불세출 투수’ 명성, 선수회 주도하다 내리막
2군 감독 지내다 4년간 대장암 투병끝 영면
금테 안경의 반항아는 달랐다. 왼발을 높게 쳐드는 ‘거침없는 하이킥’에 이어 쭉쭉 내리뻗는 강속구는 시속 150㎞를 쉽게 넘었다. 그러다가 시속 100㎞의 저속 ‘아리랑 볼’로 헛스윙을 유도할 때 팬들은 막힌 속이 확 뚫리는 통쾌함을 느꼈다. 1984년 롯데와 삼성의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에서 혼자서 4승을 일군 초인의 ‘무쇠팔’ 최동원. 그는 스타의 끼를 타고났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어깨, 허리는 쑤시고 아프고, 팔꿈치와 손목의 연골은 닳아서 뼈끼리 부딪혀 고통스러웠지만 그냥 던졌다.” 생전 회고처럼 그는 승부욕과 자존심의 화신이었다. 경남고 2학년 때인 1975년 경북고를 상대로 노히트노런 작성, 이듬해에는 군산상고를 상대로 20개의 탈삼진 기록. ‘국보’ 선동열(당시 해태)과의 라이벌 열전 등 수많은 일화는 이제 한국 야구의 전설로 남았다.

‘불세출의 투수’ 최동원 전 한화 이글스 2군 감독은 14일 오전 2시2분께 경기도 일산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향년 53. 2007년 대장암 진단 뒤 수술을 받은 그는 지난해부터 병세가 나빠졌다. 지난 7월2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경남고와 군산상고 간의 레전드 매치(추억을 되살리는 경기)에 참석해 “다음에는 꼭 던지겠다”고 약속했지만 그에게 ‘다음’은 허락되지 않았다.

경남고-연세대를 거친 최동원은 1981년 실업야구 롯데에 입단했고, 1983년 프로야구 롯데에서 데뷔했다. 첫해 성적은 9승16패4세이브 평균자책점 2.89에 그쳤지만, 이듬해 27승13패6세이브의 성적을 거둬 다승 및 탈삼진(223개) 1위에 올랐다. 최우수선수(MVP) 및 골든글러브도 차지했다. 특히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1, 3, 5, 6, 7차전 등 총 5차례 등판해 4승(1패) 투수로 팀을 챔피언에 올렸다. 그러나 정규리그(284⅔이닝)와 한국시리즈(40이닝)를 합해 한 해에 324⅔이닝을 던지면서 어깨에는 무리가 갔다.

선수 시절 선동열과의 맞대결은 최고의 명승부로 남았다. 1987년 5월1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 롯데와 해태의 선발로 나온 둘은 연장 15회까지 200개가 넘는 공을 던졌다. 둘 가운데 한 명이 먼저 포기할 법도 했으나 스물아홉 베테랑 최동원이나, 겁없는 스물네살 선동열은 기어이 마운드로 걸어 올라갔다. 연장 15회 2-2 무승부. 최동원은 209개, 선동열은 232개의 공을 뿌렸다. 선동열의 기록은 아직도 한 경기 최다 투구로 남아 있다. 이들의 맞대결 성적은 1승1무1패이다.

최동원은 롯데의 에이스이자 이단아였다. 1988년 프로야구선수회 결성을 주도하다가 실패한 뒤 ‘괘씸죄’로 그해 11월 삼성으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이후 야구에 흥미를 잃었고 어깨 혹사로 1990년 은퇴했다. 프로 8년 동안 통산 성적은 103승74패26세이브. 80차례 완투경기(통산 2위)를 펼쳤고, 통산 평균자책(2.46)은 선동열(1.20)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현장을 떠난 뒤 1991년 지방의회 선거 때 부산 서구에서 출마하기도 했으나 실패했고, 2001년 한화 코치로 지도자 데뷔를 하면서 은퇴 10년 만에 야구판으로 돌아왔다. 2006년부터 3년 동안 한화 2군 감독을 지냈고 경기감독관도 잠깐 했다. 그러나 평생의 소원이던 프로야구 감독, 그것도 롯데의 감독은 되지 못했다.

친동생인 최수원 프로야구 1군 심판위원은 14일 “나흘 전까지 텔레비전 중계로 야구를 시청하는 등 야구에 대한 사랑이 누구보다 깊은 사람이었다. 내 마음속의 영원한 에이스”라고 했다. 최동원은 모두의 에이스였다.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이며 발인은 16일 오전 6시, 장지는 경기도 자유로청아공원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신현주씨와 군 복무 중인 아들 기호씨가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