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4년여 전인 2007년 4월 엘지(LG) 1군 엔트리를 보자. 우규민, 김민기, 이승호, 심수창 등 투수는 모두 11명. 4년이 지난 현재 엘지 1군 엔트리에 남아 있는 선수는 경헌호뿐이다. 군대에 가고(우규민), 다른 팀으로 이적했거나(이승호 심수창), 은퇴 혹은 방출됐다.
포수·야수 쪽은 어떨까. 당시 15명 엔트리 등록 선수들 중 이성열(두산), 김상현(KIA), 권용관, 최동수(이상 SK), 최길성(롯데·은퇴)이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은퇴 및 방출 선수를 제외하고 현재까지 엘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는 조인성, 박용택, 이대형 등 5명뿐이다.
새삼스레 옛 엘지 엔트리를 들춰낸 것은 그동안 엘지 팀 구성원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2007년 4월13일과 2011년 8월14일 1군 엔트리를 비교하면 오로지 5명만 같다. 같은 기간 에스케이(SK) 1군 엔트리를 비교하면, 11명이 그대로 있다. 세대교체 때문에 엘지 엔트리에 급격한 변화가 온 것일까. 딱히 그렇지도 않다.
2011년 8월 엘지 1군 엔트리를 보자. 12명 투수들 중 엘지에서 데뷔한 프랜차이즈 선수는 경헌호, 김광삼, 이동현, 임찬규, 한희 5명뿐이다. 외국인 투수 2명을 빼면 나머지 5명은 다른 팀에서 이적해 온 선수들이다. 엘지 프랜차이즈 투수들이 “짜증나서 야구 못해먹겠다”고 불만을 터뜨릴 만도 하다. 포수·야수 쪽은 그나마 14명 중 4명만이 타 구단 출신 선수들이다. 엘지는 지난 5년간 트레이드와 자유계약(FA), 혹은 웨이버공시를 통해 총 18명 선수를 영입했고, 18명 선수를 내보냈다. 이를 위해 쓴 돈만 어림잡아 150억원이 넘는다.
팀 순혈주의를 강조하자는 것이 아니다. 프로에서 실력이 없으면 차순위로 밀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트레이드는 팀 소속 선수들의 사기와 직결된다. 공격적인 트레이드로 당장의 성적을 올릴 수는 있겠지만, 때로는 소속 선수들에게 박탈감을 줄 수도 있다. 한 방송 해설위원은 “전력 공백이 생길 때마다 다른 팀에서 선수들을 사와 메우면 2군에서 열심히 하던 선수들은 뭐가 되겠느냐”며 “당장의 성적에 급급한 결과 엘지 내부는 지금 꿈이 사라진 팀이 되어버렸다”고 한탄했다.
내부 선수 육성보다는 돈을 앞세운 인원 충원에만 치중하다 보니 선수단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였다. 그는 “엘지가 박종훈 감독과 5년 계약을 했을 당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엘지는 당시 팀 체질 개선과 선수단 육성을 이유로 초보 사령탑인 박 감독과 파격적으로 5년 계약을 했었다.
엘지 모그룹은 창업 때부터 지금껏 인화를 바탕으로 한 정도 경영을 표방해 왔다. 엘지 야구단이 정도를 벗어난 경영으로 선수단 인화를 스스로 망쳐오지는 않았는지 곱씹어볼 때다.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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