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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으로 본 프로야구 감독 중도퇴진 뒷이야기

등록 2011-06-15 16:11수정 2011-06-15 16:57

비좁은 한국 땅에 단 8명 밖에 없는 프로야구 감독. 하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승부의 세계에서 감독 목숨은 파리 목숨일 뿐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의 금자탑을 쌓은 김경문 두산 감독도 이런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프로야구 감독들의 중도 퇴진과 역대 감독대행들의 운명을 살펴봤다.

■ 한 해 두번 중도퇴진한 허구연 허구연 <문화방송>(MBC) 해설위원은 1986년 35살의 최연소 나이로 청보 감독이 됐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을 달랐던지 한해에 중도퇴진(5월11일)→복귀(6월18일)→중도퇴진(8월6일)을 반복했다. 감독으로 57경기를 뛰는 동안 승률은 0.273(15승40패)에 불과했다. ‘4할 타자’ 백인천 전 감독도 1997년 삼성 감독 당시 1년에 두차례나 중도퇴진했다. 백 전 감독은 삼성, 엠비시, 엘지, 롯데 등에서 사령탑을 지냈는데 엘지를 제외하고 다른 3팀에서는 모두 시즌 중 물러나는 불명예를 안았다. 성적 부진 뿐만 아니라 일신상 이유로 중도퇴진하는 경우가 있는데, 고 김명성 롯데 감독은 2001년 7월 순위 싸움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폭음이 잦았고 여기에 과로까지 겹치면서 심장마비로 갑자기 쓰러져 사망하면서 시즌을 마치지 못했다.

■ ‘엘롯기’ 사령탑의 잔인한 운명 2000년대 엘지(LG), 롯데, 기아(KIA)의 성적은 썩 좋지 못했다. 책임은 물론 감독이 졌다. 2000년 이후 일명 ‘엘롯기’의 감독 대행을 지낸 야구인만 김성근, 양승호(이상 LG), 우용득, 백인천, 김용철(이상 롯데), 유남호, 서정환(이상 KIA) 등 7명. 특히 유남호 전 감독은 2004년 7월 김성한 전임 감독의 중도퇴진으로 감독대행이 된 뒤 시즌 후 정식 감독계약을 했으나 이듬해 7월 중도퇴진하는 운명을 맞았다.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엘지·롯데·기아는 학습효과 탓인지 지금도 성적이 좋지 않으면 계약기간이 많이 남았는데도 열성팬들로부터 끊임없이 사퇴압박을 받곤 한다.

■ 잔여연봉은 어떻게? 보통 구단에서 시즌 도중 사령탑 교체의 칼을 빼들 경우, 감독에게 남은 계약 기간 동안 지급해야 할 돈을 모두 지급한다. 2004년 시즌 도중 퇴진한 김성한 전 기아 감독의 경우 2005년 연봉까지 보장받았다. 그러나 자진 사퇴의 경우는 구단의 판단에 따라 지급 유무를 결정하게 된다. 김경문 감독도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구단이 잔여 연봉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두산은 그간의 노력을 인정해 남은 연봉을 모두 지급하기로 했다. 김 감독의 계약 만료 기간은 올해 10월이었다.


■ ‘대행’ 꼬리표 뗄 확률은? 프로야구단은 비교적 감독대행을 예우해 주는 편이다. 성적은 둘째치고 감독 교체로 어수선해진 선수단을 추스른 공로를 인정해 준다. 2000년 이후 감독대행을 맡은 지도자들 중 이듬해 해당 구단 감독이 되지 못한 경우는 김용철(2003년 롯데), 양승호(2006년 LG) 뿐이었다. 하지만 양승호 감독은 엘지 감독대행 때 쌓은 좋은 이미지 덕에 2010년 말 연고도 없는 롯데 사령탑에 부임할 수 있었다.

감독대행으로 비교적 높은 승률을 올린 이는 유남호(0.591·2004년 KIA), 김성근(2001년 LG·0.538) 등이 있다. 나머지는 대부분 낮은 승률에 허덕였다. 시즌 도중에는 보통 팀성적이 하위권일 때 감독 경질이 있기 때문에 감독대행이 팀성적을 다시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유남호 전 기아감독은 2004년 감독대행 당시 팀을 4강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은 바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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