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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스포츠장인들의 ‘끈질김’은 야구나 배구나

등록 2011-06-07 15:44

김양희 기자
김양희 기자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챔피언십 우승 간담회를 다녀왔다. 선수들도 참석했다. 삼성화재 훈련은 정말 고되기로 소문난 터. 2010년 입단한 센터 지태환은 “거의 죽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다른 팀의 2~3배에 이르는 훈련량을 소화하니 그럴 만도 했다. 옆에 있던 고참 센터 고희진이 의미심장한 말로 거들었다. “2~3년 더하면 익숙하게 돼.”

야구 칼럼에 웬 배구 얘기냐고 싶겠다. 하지만 이들과 대화를 하다보니 떠오르는 야구 팀과 감독이 있었다. 에스케이와 김성근 감독이다. 에스케이는 8개 구단 중 훈련량이 제일 많기로 유명하다. 스프링캠프 얘기에는 늘 ‘입에서 단내가 난다’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훈련을 많이 시키는 이유는 경기 중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다. 반복된 훈련으로 수비 기본기를 몸에 배이게 만든다. 나머지 구단들도 이제 기본기와 훈련의 중요성을 느끼며 경쟁적으로 캠프 때마다 훈련량을 늘리고 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도 “배구에서는 수비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에스케이나 삼성화재 모두 수비력, 조직력은 리그 최고로 손꼽힌다.

김성근 감독과 신치용 감독은 훈련량과 더불어 지도 스타일도 비슷하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마다 매일 1시간씩 선수들에게 강의를 한다. 강의 내용은 야구를 떠나 인생 전반에 관한 것이다. 신 감독도 1주일에 1~2시간씩 선수들에게 배구 외적인 것에 대해 얘기를 들려준다. 고희진은 “감독님의 얘기를 듣고 인생 가치관이 달라졌다. 고등학교 때부터 나를 봐온 아내도 삼성화재 입단 후 내가 많이 변했다고 한다”고 했다. 에스케이 선수들도 “야구를 하는 관점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근 감독과 신치용 감독은 야구와 배구에서 각각 최고령 사령탑이다. 김 감독은 사령탑으로 20년째이고, 신 감독은 17년째이다. 김경문(두산), 조범현(KIA), 박종훈(LG), 한대화(한화), 양승호(롯데· 이상 야구), 신영철(대한항공), 김상우(LIG손보·이상 배구) 감독 등이 그들의 제자이다. 신 감독은 간담회 때 신영철 감독이 스승의 날에 선물한 티셔츠를 입고 있기도 했다. 두 감독의 신념은 똑같다. 절대 포기란 없다. 무서우리만치 승부에 집착한다. 수싸움도 최고다. 선수 개인보다는 조직을 우선시한다. 그래도 선수단 불만은 적다. 한 만큼 결과가 나오고 시즌 후 연봉이나 보너스로 보상받기 때문이다.

두 감독 모두 혹사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챔피언십 때 외국인 선수 가빈 슈미트에게 공격을 몰아주는 ‘몰빵배구’로 입길에 올랐다. 에스케이도 불펜 위주로 팀을 꾸려가면서 중간 계투진들의 잦은 등판이 늘 화제에 오른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도 선발이 아닌 변칙적인 불펜 야구로 우승을 했다. 몰빵배구든, 벌떼야구든 팀 사정상 이기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런 승리지상주의는 팬들로 하여금 두 감독의 호불호를 극명하게 갈리게 만든다.

하지만 적들조차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들의 장인정신이다. 스포츠 외적인 것을 떠나 지도력 하나만 본다면 그들만한 스포츠장인도 없지 않은가.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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