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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LG 윤상균, 바닥에서 희망을 쏘다

등록 2011-05-31 21:57수정 2011-05-31 21:59

그를 처음 본 곳은 서울 잠신중학교였다. 2006년 가을에 사회인야구팀 경기를 보러 갔던 때였다. 그는 단국대학교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농군처럼 양말을 바짝 올려 신은 게 인상적이었다. 그는 잠깐 선수로도 뛰었다. 시간이 흘러 지난 21일 잠실 엘지(LG)-롯데전. 그는 9회말 2아웃에서 극적인 동점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거의 눈높이로 들어온 높은 공을 힘으로 때려냈다. 엘지(LG) 윤상균(29) 얘기다.

첫 만남 당시 그는 머릿속이 걱정으로 가득 찬 해병이었다. 단국대 4학년 때 프로구단에 지명되지 않아 군대를 지원했고 가장 빨리 연락이 온 곳이 해병대였다. 해병 993기. 고무보트 메고 뛰고, 진흙탕에서 굴렀다. 배도 탔다. 강화도 경비소대에서 군생활을 했다. 틈틈이 ‘나 홀로 훈련’을 이어갔다. 이병 때는 눈치 보면서 복근운동을 했고, 일병 때는 몰래 방망이를 휘둘렀다. 상병 때는 아령으로 팔운동을 했다. 시간 날 때마다 던져본 돌멩이만 수천개. 제대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그의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 휴가 나올 때마다 사회인야구에서 뛰었다.

제대하고부터 막막했다. 뜻은 있고 의욕도 있었지만 길을 못 찾아 헤맸다. 고등학교 시절 인스트럭터로 잠깐 인연을 맺은 김성근 에스케이(SK) 감독을 찾아갔다. 답답한 마음을 하소연하며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에스케이 2군에서 훈련할 수 있게 됐다. 연습생 신분이 아니어서 월급도 없었다. 장비 지원도 물론 없었다. 2군 경기도 못 나가서 연습경기에만 뛰었다. 그래도 남들보다 2시간 먼저 야구장에 나오고 1시간 늦게 나왔다. 해병대에서 보낸 2년 넘는 세월을 메우기 위해서라면 남들보다 몇배는 더 운동해야 한다고 믿었다. 몇 달을 그리 하니 계형철 2군 감독을 비롯해 김성래 타격 코치, 장재중 배터리 코치 등이 그를 바라봐주기 시작했다. “어지간히 불쌍해 보였나 봐요”라며 그는 웃었다. 2007년 11월, 7개월간의 노력 끝에 그는 신고선수 계약을 따냈다. 스물여섯에 드디어 야구로 밥 벌어먹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2010년 7월 윤상균은 박현준, 김선규 등과 함께 엘지로 트레이드됐다. 훈련생에서 신고선수로, 그리고 2군 선수를 거쳐 그는 이제 쌍둥이 대타 전문 요원이 되어 있다. 지금도 그는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야구장을 찾는다. 가진 것은 튼튼한 몸밖에 없다면서 웨이트를 열심히 한다. “훈련생일 때 몇몇 2군 선수나 신고선수들을 보면 화가 나기도 했어요. 그냥 아무 희망 없이 운동하는 게 보였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열심히 하면 내 자리가 생길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착실히 준비했죠. 지금도 그래요. 팀이 구멍이 생겼을 때 그 약점을 보완할 수 있게 준비중이죠.”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된 신고 선수는 118명. 그들에겐 1일부터 1군에서 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스스로 밑바닥에서 컸다고 말하는 윤상균은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을까. “인생 4분의 1밖에 안 살았잖아요. 당장만 생각하지 말고 지금부터 착실히 해도 늦지 않았다고 봐요. 제가 그 증거잖아요.”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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