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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36살 이승호, 24살 김광현 무너진 자리 메웠다

등록 2011-04-22 19:35

1378일 만에 선발승 챙겨
2004년 부상여파로 부진
올해 2승 거두며 ‘자신감’
베테랑 감독이 그의 손을 잡았다. 처음에는 놀랐다. 의미를 깨닫고 감격했다. 그게 15일 넥센전이 끝난 뒤였다. 그는 선발 엄정욱에 이어 등판해 4⅓이닝을 무안타 무볼넷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21일 경기 후에도 감독은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또다시 그의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 에스케이 김성근 감독이 선수들의 손을 잡는 것은 “잘했다”는 무언의 신호로, 그날 경기의 수훈갑 선수들에게만 하는 행동이다.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여섯이 된 이승호(SK·등번호 37번). 현재 1군에 올라 있는 에스케이 투수들 중 최고참이다. 원정 숙소를 함께 쓰는 김태훈과는 무려 14살이나 차이가 난다. 일곱살 어린 딸의 아빠이기도 하다.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

이승호는 21일 문학 엘지전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단 1안타(1홈런) 1실점만 내주는 호투 속에 1378일 만에 선발승을 올리는 기쁨을 누렸다. 2008년 말 자유계약(FA)으로 이적한 이진영에 대한 보상선수로 에스케이에 둥지를 튼 뒤 올린 첫 선발승이기도 했다. 그의 호투는 전날 에이스 김광현이 무너진 데 따른 충격파를 최소화했다. 그는 “솔직히 초반에 공이 많이 안 좋았는데 동료들이 마음대로 던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었다. 뒷배경(야수들)이 든든하니까 부담 없이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캠프 때부터 계속 투구폼을 바꿔왔는데 어느 순간 감독님이 ‘됐다. 좋다’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들으니까 정말 잘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2002년 감독님과 함께 엘지에 있을 때 배운 투구폼이 어깨 부상 등으로 흐트러져 있었는데 다시 감독님을 만나니까 생각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02년 당시 이승호는 청주 원정 숙소에서 운동장까지 뛰어갈 정도로 김 감독의 호된 질책을 받으면서 투구폼을 고친 바 있다. 그런 결과로 2003년 11승11패 평균자책 3.19(부문 2위) 탈삼진 157개(부문 1위), 2004년 9승7패 평균자책 2.71의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부상 여파로 2004년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올 시즌 그의 성적은 2경기에서 10⅔이닝 1안타 3볼넷 7탈삼진 1실점. 그래도 자만은 없다. 지난해에도 잘 던지다가 방심해서 2군으로 떨어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승호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지금과 같이 꾸준하게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부활찬가가 막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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