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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VIP석 7만원”…콧대 높아진 프로야구

등록 2011-04-20 19:53수정 2011-04-20 22:13

관중 한명당 평균 입장료 축구의 3배이상
2003년뒤부터 큰폭 상승…최저가 8천원
“주차시설 확충·좌석 고급화해야” 지적도
지난 17일 10년 만에 잠실 야구장을 찾은 김은현 (35·경기도 시흥)씨. 입장 요금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전에는 어떤 좌석에서든지 5천원이면 볼 수 있었는데 내·외야 구역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가장 싼 입장권이 8천원, 프리미엄석 입장권은 7만원이나 됐다. 김씨는 “프로야구 가격이 이렇게 올랐는지 몰랐다. 그래도 표를 사지 못해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놀라워했다.

프로야구가 고품격 문화 상품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공짜 표를 남발하던 예전의 야구가 아니다. 지난해부터 주말·주중 요금으로 입장 요금을 세분화했고, 올 시즌엔 오페라나 연극 관람처럼 7만원대의 고가 표도 등장했다.

서울 잠실구장을 연고로 하는 엘지(LG) 트윈스의 본부석 명당 좌석은 프리미엄 시즌권(280만원)으로 거의 나갔다. 자리가 빌 경우엔 7만원짜리 현장 티켓으로 판매하는 등 입장료 가격대는 6가지로 차별화했다. 에스케이(SK)는 시즌권으로 최저 1000만원(8인실)에서 최고 2800만원(24인실)대의 스카이박스 39개 가운데 37개를 팔아 치웠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남겨둔 2개의 8인실 스카이박스(개당 30만원)도 경기 때마다 매진이다.

프로야구 관람객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유는 두 차례 세계야구클래식(WBC)과 2008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입증된 수준급 경기력을 바탕으로 한 야구 인기 때문이다. 경기장의 여성 화장실을 늘리거나, 가족 공원화 시도 등 적극적인 팬 끌어모으기도 통하고 있다.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구장별로 표값이 달라진 2003년까지 입장권이 저가격으로 팔린 측면도 있다. 1982년 3천원이던 일반석 가격은 2002년까지 20년 동안 2천원밖에 안 올라 5천원에 팔렸다.

표값이 비싸지면서 객단가(관중 1명당 평균 입장료)는 1982년 1481원에서 올해는 8365원(19일 기준)까지 치솟았다. 특히 엘지 트윈스는 객단가가 무려 9786원이다. 경쟁 종목인 프로축구의 평균 객단가가 3000원 안팎 수준이어서 세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티켓 고가화 전략의 성공은 만성 적자인 프로야구의 재정 건전성을 회복시켜줄 유력한 수단이 된다. 구단별 차이가 있지만, 보통 구단 수입의 50~6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관중수입 87억원을 기록한 두산은 올 시즌 100억원까지도 노리고 있다.

그러나 티켓값만 높일 게 아니라 주차시설 확충이나 좌석 고급화, 식음료 판매대 확충 등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관람 환경을 더욱 고급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나 대전, 광주 구장 등은 규모가 작고 시설이 노후화해 하드웨어의 개선 없이는 관중 동원에 한계가 있다.

엘지와 잠실야구장을 공유하는 김승영 두산 베어스 단장은 “관중이 증가해 수입이 늘었지만 엘지와 두산이 시설주인 서울시에 내는 위탁료가 연간 35억원”이라며 “야구장 장기 임대를 통해 활발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도록 시 차원에서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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