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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믿음과 소통의 용병술 새내기 두감독 통했다

등록 2011-04-03 18:55수정 2011-04-03 22:33

양승호 롯데 감독
양승호 롯데 감독
류중일·양승호 데뷔전 승리
8회초 1-2로 따라간 1사 만루 상황. 류중일 삼성 감독은 잠시 고민했다. 다음 타석은 앞서 3연타석 삼진을 당한 채태인. 잠시 대타를 쓸까도 했다. 채태인 또한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 감독은 감을 믿어보기로 했다. 우선 채태인을 불러 “자신있게 휘둘러라”라고 조언했다. 채태인은 역전 만루홈런으로 화답했다. 함박웃음을 잔뜩 머금은 류 감독은 어느새 더그아웃에서 오른손 주먹을 꽉 쥐고 흔들고 있었다.

채태인은 2일 기아전이 끝난 뒤 “세 타석 모두 삼진을 당해 타석에 들어서기 싫었는데 감독님과 눈이 마주쳤다. 나를 불러 자신감을 갖고 제 스윙을 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자신감을 갖고 직구를 노렸고 결과가 좋았다”고 밝혔다. 류중일 감독의 공식 경기 첫 승은 그렇게 믿음으로 영글었다.

류 감독은 작년 말 갑작스럽게 사령탑에 올랐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의 감독으로서 책임감은 컸다. 지키는 야구에서 벗어난 공격형 야구와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선언했다. 류 감독이 선수로 활약했던 80~90년대 삼성 시절의 야구를 선보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공교롭게도 류중일호는 개막전에서 짜릿한 만루홈런으로 경기를 역전시켰다. 공격형 야구에 목말라하던 삼성 올드팬들에게 이만큼의 확실한 신고식도 없었다. 3일 경기에서도 삼성은 비록 패하기는 했어도 1-8로 뒤지다가 8-8, 동점을 만드는 끈질긴 야구를 선보였다.

양승호 롯데 감독도 거인의 수장이 되고 첫 공식 데뷔전(2일)에서 승리를 낚았다. 프로야구 최고 좌완 투수 한화 류현진을 상대로 한 승리였다. 무엇보다 양 감독의 용병술이 돋보였다. 양 감독은 3-0으로 앞선 5회말 1사 만루에서 8번 타자 정보명 대신 문규현을 타석에 올렸다. 문규현은 대타 전문 선수가 아닌 수비형 내야수. 그러나 양 감독은 문규현이 류현진을 상대로 6타수 3안타로 강했던 데이터를 믿었다. 문규현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면서 류현진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양 감독의 뚝심이 스스로에게 감독 데뷔 첫 승을 안겼다고 할 수 있다.

류중일 삼성 감독
류중일 삼성 감독
양 감독은 지난 2006년 엘지 감독대행 당시 소통의 야구를 보여줬다. 이름값보다는 선수의 실력을 먼저 봤다. 선수가 불성실하다 싶으면 스타 선수건 베테랑 선수건 가차없이 2군으로 내려보냈다.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했으나 ‘감독’ 양승호로서의 가능성은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고려대 감독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를 아들처럼 생각하는 친화형 감독이면서 동시에 필요할 때는 강단있는 지도자로 변신했다. 롯데가 3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양승호 감독을 새로 영입한 이유였다.

데뷔전은 떨리고 부담스럽다. 수천, 수만의 팬들 눈이 쏠려 있는 프로야구 감독 데뷔전은 더욱 그렇다. 류중일 감독과 양승호 감독은 그런 긴장감을 뚝심과 용병술로 이겨내며 감독 데뷔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들 초보 감독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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