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근(29)
현금 25억 받고 간판타자 이택근 LG로 트레이드
KBO “납득 안되면 승인 못해”…원로모임도 성명
KBO “납득 안되면 승인 못해”…원로모임도 성명
우려가 현실이 됐다. 판도라의 상자는 기어이 열렸다.
프로야구 히어로즈는 18일 엘지(LG)에 이택근(29·사진)을 내주고 박영복(26)과 강병우(23)에 현금 25억원을 받는 트레이드에 합의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승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택근은 올해 타율 0.311, 15홈런 66타점의 성적으로 팀에서 유일하게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히어로즈의 간판 타자다. 2009 시즌이 끝난 뒤 소문으로만 파다했던 히어로즈의 ‘선수 폭탄세일설’이 그대로 현실화된 셈이다.
7개 구단과 달리 모그룹이 없어 지원을 받지 못하는 히어로즈는 ‘네이밍 마케팅’을 기치로 내걸었으나,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면서 경영난에 시달려왔다. 히어로즈의 선수 팔기가 이택근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이미 시장에는 히어로즈의 좌완 에이스 장원삼과 또다른 왼손 투수 이현승이 매물로 나왔다는 설이 파다하다.
야구계의 반발은 거세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상일 사무총장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일단 히어로즈가 가입금과 회비를 완납하지 않았기 때문에 트레이드를 인정할 수 없다. 또 가입금을 완납하더라도 납득이 되지 않는 트레이드는 승인해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히어로즈는 올해 말까지 가입금 잔액 36억원과 밀린 회원비 4억1000만원을 야구위에 내야 한다. 최근 가입금 잔액 36억원 중 30억원을 서울 입성비로 엘지와 두산에 각각 15억원씩 지불했지만 야구위는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 사무총장은 “이사회가 미납 가입금에 대한 용도를 결정하지 않았는데 히어로즈가 임의로 두 구단에 돈을 보냈다. 야구위에 가입금을 낸 것으로 절대 인정할 수가 없다”고 못박았다.
원로 야구인들의 모임인 일구회도 곧바로 성명서를 냈다. “히어로즈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특급 선수들을 비상식적으로 트레이드 하는 것을 계속 방치, 묵인한다면 자칫 프로야구가 공멸할 수 있는 큰 위기를 자초할 것”이라는 요지다. ‘제2의 쌍방울 사태’를 우려한 것이다. 쌍방울은 1997년 외환위기로 재정난에 놓이자 김기태, 박경완, 조규제, 김현욱 등 주축 선수들을 죄다 팔아 운영비를 마련했고, 결국에는 껍데기만 남아 프로야구의 흥미를 반감시킨 바 있다.
히어로즈는 이미 지난해 말 현금 30억원과 선수 한 명을 받고 장원삼을 삼성에 팔려다가 야구위의 승인 거부와 6개 구단의 반발로 트레이드를 성사시키지 못한 바 있다. 이번에는 과연 성사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비난 여론에도 히어로즈의 거듭된 선수 팔기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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