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야구 선수들의 꿈은 마음껏 야구를 할 수 있는 안정된 환경이다. 지난 8월 말 서울 신월야구장에서 열렸던 제1회 한일실업야구 친선교류전 경기 모습. 한국실업야구연맹 제공
실업야구 3팀, 프로문턱서 좌절한 선수들
“연간 2~3억원만…” 스폰서 찾아 백방으로
“연간 2~3억원만…” 스폰서 찾아 백방으로
프로야구는 올 시즌 관중 590만 명 시대를 열었다. 포스트시즌까지 합하면 600만 명 이상이 프로야구를 봤다. 하지만 프로야구의 화려함 뒤에는 ‘축제’에 낄 수 없는 수백 명 야구 선수들의 눈물이 있다. 해마다 열리는 신인드래프트에서 탈락한 ‘야구 백수’들이 그들이다. 올 초 실업야구연맹이 생기면서 선수 실업률을 줄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뚜렷한 성과가 없다. 스폰서 구하기, 사회인야구팀과의 갈등 등 난관도 많다.
현재 실업야구연맹에 등록된 실업야구단은 ㈜서울생주조, 일구코리아, 한일야구앤스포츠 세 개다. 그러나 엄밀하게 일을 하면서 야구도 병행하는 실업야구팀은 서울생주조 한 개 뿐이다. 나머지 두 개는 히어로즈처럼 네이밍마케팅(유니폼에 업체 이름을 부착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건이 그리 좋지 못하다.
막걸리 생산업체인 서울생주조는 40명 안팎의 임직원 중 18명이 야구를 한다. 모두 야구 선수 출신이다. 이들은 1주일에 한두 번 남양주시에 위치한 야구장을 빌려 훈련 겸 청백전을 실시한다. 일이 우선인지라 훈련시간을 많이 내지는 못한다.
일구코리아는 두산 소속이었다가 은퇴한 김성균 감독이 이끄는 외인부대다. 15명 선수들 중 김성균 감독 등 3~4명은 방과후 수업이나 유소년 야구클럽을 이끌고, 나머지 선수들은 다른 곳에서 개인훈련 등을 하다가 대회가 있을 때면 뭉친다. 함께 모여서 훈련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김 감독은 “대회에 참가해야 선수들 실력도 유지되고 프로팀 입단테스트 기회라도 오기 때문에 실업야구에 참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일야구앤스포츠는 올해 프로에 지명되지 못한 대학 선수들을 위주로 꾸려졌다. 그 동안 대학야구대회, 전국체전 등이 열려 함께 훈련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내년에는 두 개 팀으로 나눠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실업야구의 가장 큰 현안은 스폰서다. 김성균 감독은 “후배들의 일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현재 학교나 구청에 유소년클럽이나 연식야구 제안서를 내는 등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며 “선수들이 실력은 좋은데 스폰서가 없어서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체라도 홍보 차원에서 연간 2~3억원 정도만 후원해주면 실업야구팀을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안타깝다”고 했다. 쌍방울 등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했던 한일생주조 이승환 운영부 부장은 “예전에는 실업야구팀이 17개까지 있었다. 몇몇 기업들이 실업야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 참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다시 한번 실업야구 붐을 일으켜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기존 사회인야구팀과의 갈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사회인야구리그를 이끄는 전국야구연합회는 지난 3월 ‘실업야구에 참가하는 단체 및 선수는 전국야구연합회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공표했다. 야구장 사용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얽히면서 두 기구의 갈등이 표출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실업야구리그에 참가하고 싶어도 꺼리는 팀이 적지 않다고 한다. 김해님 한일야구앤스포츠 코치는 “결국 야구를 하겠다는 뜻은 같기 때문에 천천히 대화로 해결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고 했다.
서울생주조를 제외한 두 개 팀에서 추려진 실업야구 대표팀은 29일 일본 나고야로 떠났다. 일본협회 초청으로 일본실업야구선수권(29일~11월2일)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일본 실업야구팀과 겨뤄도 결코 밀리지 않을 만큼 한국 실업 선수들의 수준은 높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안정된 환경에서 야구를 하는 것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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