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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주는 리더십

등록 2009-10-25 20:14

<b>잃어버린 12년…타이거즈는 다시 챔피언이다!</b> 12년 만에 통산 10번째 우승을 거머쥔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이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9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으로 우승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잃어버린 12년…타이거즈는 다시 챔피언이다! 12년 만에 통산 10번째 우승을 거머쥔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이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9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으로 우승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시리즈 우승 조범현 감독




기아 조범현(49) 감독은 한국시리즈 내내 “우주의 기가 기아 타이거즈를 감싸고 있다”고 했다. 바람이 불어도, 천둥·번개가 쳐도 그는 ‘우주의 기’ 얘기를 멈추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우주로부터 ‘우승의 기’를 끌어모은 이는 조범현 감독 자신이었다.

‘6선발 로테이션’ 투수 배려
우직한 팀 체질 개선 작업
신인들 불안해도 기회주고
노장 이종범·이대진 중용

조범현 감독은 시즌 내내 우직했다. 감독 계약 마지막 해에 조바심을 낼 만도 했건만 그러지 않았다. 팀 체질 개선을 최우선으로 차분한 행보를 보였다. 확실한 1~3선발을 보유하고도 꿋꿋하게 6선발을 고집했다. 구톰슨은 1주일에 한 차례씩만 등판시켰고, 초보 선발 양현종에게는 최대한 기회를 줬다. 6선발 로테이션은 다른 팀이 주축 투수들 부상과 부진으로 힘겨워할 때 기아가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힘이 됐다.


기아 조범현 감독이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7차전 뒤 최우수감독상을 받고 모자를 벗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A href="mailto:viator@hani.co.kr">viator@hani.co.kr</A>
기아 조범현 감독이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7차전 뒤 최우수감독상을 받고 모자를 벗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신인 2루수 안치홍과 3루 수비가 불안했던 김상현도 기다림의 자세로 지켜봤다. ‘실수를 통해 배운다’는 지론에 따른 것이었다. 둘은 정규리그 동안 각각 11개, 21개의 실책을 쏟아냈지만, 한국시리즈 동안 차분하고 안정된 수비를 보여줬다. 특히 안치홍은 신인답지 않은 수비로, 김종국을 대신할 타이거즈 2루수로 성장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안치홍, 김상현의 성장과 함께 기아는 자연스럽게 내야의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었다.

무리한 세대교체 시도는 베테랑의 반발을 부르게 마련. 하지만 조 감독은 적절한 융화책을 썼다. 이종범과 이대진의 중용이 그렇다. 이종범은 올해 조 감독의 신임 아래 지난해 부진을 말끔히 씻고 선수단 맏형으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대진도 조 감독의 배려 속에 지속적인 등판 기회를 갖고 기어이 통산 100승을 일궈냈다. 이종범과 이대진은 시리즈 내내 더그아웃과 그라운드 위에서 큰 경기 경험이 적은 어린 후배들을 다독이는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기아는 팀타율 전체 꼴찌의 성적으로 정규리그·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뤄냈다. 조 감독이 안타는 적어도 번트·대타 작전 등에 의해 1~2점을 뽑아낼 수 있는 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즌 내내 데이터와 감을 합친 그의 족집게 용병술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김성근 에스케이 감독은 “조 감독은 작은 야구를 할 수 없던 기아를 탈바꿈시켰다. 선수단 전체를 꿰뚫고 아우르는 능력이 있다”고 칭찬했다.

2007년 말 기아 4대 감독으로 취임한 조 감독은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부임 당시 그는 2년 계약금 2억원, 연봉 2억원을 받았다. 과거 선동열·김경문 감독 등이 한국시리즈 우승이나 준우승 이후 연봉이 대폭 인상됐던 점을 보면 조 감독도 3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초에 꿨다는 ‘돈다발’ 꿈은 포스트시즌 배당금에 한정된 것만은 아닌 셈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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