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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선취점이 마침표

등록 2009-10-22 21:46

기선 제압한 팀이 한국시리즈 3경기 승…“1회라도 번트”
경기가 없었던 21일 잠실구장에서 자율훈련을 지도했던 조범현 기아 감독이 강조한 것은 ‘선취점’이었다. 조 감독은 “남은 경기에서 선취점은 아주 중요하다. 1회라도 주자가 나가면 번트를 대겠다”고 밝혔다.

4차전까지 기아가 5회 이전에 뽑은 득점은 겨우 2점. 기아 선수들은 무뎌진 타격감 때문인지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소극적으로 타격에 임하다가 번번이 득점기회를 놓쳤다. 4차전에서도 1회 무사 1루의 선취득점 기회를 얻었으나, 장성호가 병살타를 기록하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다. 선발 마운드 높이에서 에스케이보다 우위에 있다는 사실도 기아가 선취득점에 목마른 이유다. 초반 1~2점은 선발 투수에게 6~7회까지 던질 수 있는 힘을 실어준다.

김성근 에스케이 감독도 시리즈 내내 선취득점의 중요성을 내비쳤다. 김 감독은 “기아 선발투수들이 강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초반에 점수를 내야 한다. 불펜이 지쳐있기 때문에 점수를 낼 수 있을 때 무조건 많이 뽑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케이는 1~4차전 동안 번트 등 다양한 작전을 통해 주자를 득점권에 놓고는 했다. 4차전 5회말 무사 2루에서 전 타석 투런홈런을 기록했던 박재홍에게 미련없이 초구 번트를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시리즈 4경기 동안 선취점을 올린 팀이 승리한 경우는 3차례였다. 에스케이는 1차전에서 선취점을 뽑고도 잘 맞은 타구가 정면으로 가는 등의 불운으로 진 바 있다. 플레이오프 5경기 동안은 선취점을 뽑은 팀이 전부 이겼다.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선수들의 정신적·육체적 피로감은 커진다. 선취득점에 성공하면 그만큼 심리적으로 편안해지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쫓기는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다.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하는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거머쥔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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