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자들은 기다렸다.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쉽사리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았다. 답답하리만큼 공을 기다렸다. 에스케이 선발 채병용의 팔꿈치가 안 좋다는 사실을 인식한 듯했다. 채병용의 투구수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채병용 또한 경기 초반 구위가 썩 좋지 않았다. 3회까지 11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타자 8명에게 초구에 볼을 던졌다. 하지만 볼 카운트 0-2, 1-2에서도 기아 타자들은 다음 공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기아 타자들이 이날 채병용에게 뺏긴 삼진 수는 5개. 이중 네 번이 그대로 서서 당한 스탠딩 삼진이었고, 모두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당했다. 특히 6번 타자 나지완은 볼 카운트 0-2, 1-3의 유리한 상황을 만들고도 연거푸 삼진을 당했다. 기아 타자들은 6회부터 공격적으로 변했지만 이미 분위기는 에스케이로 기운 뒤였다.
반면 에스케이 타자들은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김성근 감독이 “타자들이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너무 공을 기다린다”는 말에 자극을 받은 듯했다.
박재홍이 2회말 2사 1루에서 뽑아낸 선제 투런홈런도 볼 카운트 0-3에서 나왔다. 144㎞ 직구가 높게 제구되자 냅다 휘둘렀다. 보통 볼카운트 0-3에서 타자들은 기다린다. 박재홍은 경기 후 “원래는 치면 안 되는데 감독님이 마음껏 치라는 사인을 주셔서 쳤다”고 했다. 2-0으로 앞선 5회말 1사 3루에서 나주환이 터뜨린 우중간 2루타도 양현종(KIA)의 초구를 공략하면서 나온 적시타였다.
발톱을 숨기고 소극적으로 기다린 호랑이와 적극적으로 날갯짓을 한 비룡. 4차전 두 팀의 희비는 그렇게 갈렸다.
인천/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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