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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치고 달리는 투수들

등록 2009-10-20 18:53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20일(이하 한국시각)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엘에이 다저스 선발 투수는 랜디 울프(33)였다. 99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는, 이번이 챔피언십시리즈 첫 등판이었다. 하지만 1차전에서 그는 이미 챔피언십 무대를 경험했다. ‘대주자’로 말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투수가 대주자로 나오는 것은 그리 낯선 장면이 아니다. 지명타자제를 하지 않아 투수도 타석에 서는 내셔널리그에서는 더욱 그렇다.

다저스의 조 토레 감독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4-5로 뒤진 6회말 2사 1·2루에서 볼넷으로 출루한 대타 짐 토미(39) 대신 대주자가 필요했다. 토미가 투수 대신 타석에 들어섰기 때문에 야수를 대주자로 쓰면 곧바로 7회초 수비에서 투수로 교체해야만 했다. 야수를 아끼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4차전 선발로 내정돼 3차전까지는 전혀 할 일이 없던 울프였다. 갑작스런 감독의 부름에 당황했는지 울프는 더그아웃에서 스파이크를 찾느라 한동안 부산을 떨었다. 이런 소동으로 경기는 잠시 중단되기까지 했다. 비록 후속 타자가 내야 땅볼을 치는 바람에 김이 샜지만, 울프는 2루까지 전력질주하는 ‘대주자’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19일 3차전에서도 흥미로운 장면이 있었다. 필라델피아 선발 투수 클리프 리(31)는 8회초까지 114개의 공을 던졌다. 3안타 10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였다. 8회말 무사 1루 공격에서 찰리 마누엘 감독은 리를 그대로 타석에 세웠다. 불펜진이 그리 미덥지 않은 상황에서 리를 9회초까지 던지게 할 의도였다. 안방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타석에 선 리는 중전안타를 치고 출루했고, 셰인 빅토리노의 3점 홈런 때 홈플레이트까지 밟았다. 점수가 11-0까지 벌어지자 마누엘 감독은 미련 없이 9회초에 불펜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경기 뒤 감독의 의중을 전해 들은 리는 “9회 마운드에 다시 설 줄 알았다면 병살타를 쳤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결과적으로, 리는 안타 1개와 포스트시즌 완봉승을 맞바꾼 셈이 됐다.

한국 프로야구였으면 어땠을까. 투수를 6회에 대주자로 내세우거나, 110개 이상 던진 투수를 큰 점수차에서 타석에 세웠으면 ‘전혀 선수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이 쏟아졌을지 모른다. 그래도 4차전 선발 양현종(KIA)이나 채병용(SK)이 1차전에서 대주자로 나서고, 윤석민(KIA)이나 송은범(SK)이 타석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는 한국시리즈를 상상하면 재미있지 않은가. 김양희 기자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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