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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홈런이 아빠’ 홈런 치세요

등록 2009-10-13 18:45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저녁 식탁이 제법 풍성하다. 된장찌개와 코다리찜 등등. 참 오랜만이다. 둘이 식탁 앞에 마주 앉은 게. 엄마 뱃속에서 14주째 자란 ‘홈런’이도 한 번 꼼지락거린다. 흡사 ‘엄마 아빠, 나도 있어요’ 하는 듯하다. 플레이오프 5차전이 열리기 전날 박정권(28)과 임신중인 동갑내기 아내, 김은미씨는 그렇게 저녁을 보냈다.

둘은 따로 갔던 모임에서 우연히 만났다. 첫 만남부터 눈에 불꽃이 튀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다가 사랑의 감정이 싹텄다. 인연이 되려 했던지, 김씨가 처음 어머니와 함께 야구장을 찾았을 때 박정권은 펄펄 날았다. “저 사람 잘하지?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야.” 홀어머니는 흔쾌히 둘의 교제를 허락했다.

훈련할 때나 경기할 때나 박정권의 표정은 무뚝뚝하다. 어찌 보면 진지하고, 달리 보면 차갑다. 하지만 아내 앞에서 그는 로맨티시스트로 변한다. 펜션을 빌려 풍선과 리본 등으로 꾸며 놓고 김씨에게 프로포즈를 하기도 했다. 텔레비전 중계 때 가끔 웃는 모습이 비치곤 하지만 아내 앞에서 짓는 함박웃음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얼굴이 알려진 야구 선수라서 쑥스럽기도 하련만 운동장에 나가면서 꼭 음식물 쓰레기를 챙겨 버려주는 자상한 남편이기도 하다. 설거지를 부탁해도 마다하는 법이 없다. 김씨는 “겉으로 보기엔 무뚝뚝하지만 나름 애교도 있고 유머 감각도 많은 사람”이라고 남편을 자랑한다.

김씨는 박정권을 만나기 전까지 야구나 야구 선수에 대해 전혀 몰랐다. 하지만 이젠 “낮은 공에 왜 삼진을 당했느냐”며 남편을 타박할 정도가 됐다. 내년 4월 태어나는 아기의 태명을 ‘홈런’으로 지으면서도 이견은 없었다. 신기하게 ‘홈런’이 이름을 부르면 부를수록 박정권의 홈런 수도 늘어났다.

박정권은 지난해 정강이 부상 때문에 팀의 우승 순간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봐야 했다. “우승 반지를 결혼 선물로 주겠다”던 김씨와의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는 ‘한풀이’하듯 방망이를 휘둘러댄다. 홈런이 엄마는 바란다. 홈런이 아빠가 긴장하지 말고 끝까지 경기에 최선을 다해주기를. 그래서 홈런이가 태어났을 때 “너 때문에 아빠가 더 열심히 뛰었어”라고 말해주기를.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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