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의 맛있는 야구 /
최근 프로야구는 정수근이 술집에서 난동을 일으켰다는 기사로 시끄러웠다. 포털을 중심으로 웹 세상은 뜨겁게 달궈졌다. 뉴스는 또다른 뉴스를 생산해냈다. 과거 전력이 다시 들추어졌다. 영구제명 이야기도 나왔다. 돌이켜보면, 뉴스를 처음 보도한 <연합뉴스>에 노출된 사건 경위는 ‘정수근이 웃통을 벗고 술집에서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나 정수근은 이미 귀가한 후였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반나절 만에 상황이 반전됐다. 정수근 본인의 입에서 “술집에서 난동을 피운 적이 없으며 맥주 두 잔을 마신 게 전부”라는 말이 나왔다. 허위 신고를 했다는 종업원의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정수근은 이미 수백건의 기사와 댓글로 ‘제 버릇 남 주지 못하는 난동꾼’으로 낙인찍혀 있었다. 소속팀 롯데는 그날 저녁 바로 퇴출을 결정했다. 난동의 유무를 떠나 자숙해야 했을 정수근이 밤늦게까지 술집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롯데는 징계가 가능했다.
한달도 채 안 된 사이에 벌어진 정수근의 복귀와 퇴출을 지켜보면서 내내 머릿속을 맴돈 이름은 ‘위대한’이었다. 2007년 프로야구 유망주였던 고졸 우완 투수 위대한은 방황하던 청소년 시절에 지은 범죄가 웹 세상에서 새삼 회자되면서 스스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구단 누리집과 야구 커뮤니티에 쏟아진 인신공격과 비난의 강도는 스무살 청년이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잔인했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위대한은 현재 모교인 부산고에서 몸만들기를 하고 있다. 제대 후 곧바로 학교를 찾아갈 정도로 다시 야구를 하고 싶은 열의가 대단하다. 김민호 부산고 감독 또한 “몸상태가 좋다. 다시 선수로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위대한을 임의탈퇴로 묶은 원소속팀 에스케이(SK)만 결정하면 그는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정수근과 위대한. 이들의 가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주홍글씨가 있다. 그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지우려고 발버둥쳐도 평생 그 주홍글씨는 그들을 따라다닐 것이다. 몇 초 만에 정보가 공유되는 웹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과거에 달게 된 주홍글씨로 그들의 현재와 미래까지 심판한다면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닐까.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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