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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야구중계의 진화…야구보다 재밌다

등록 2009-09-03 13:57수정 2009-09-03 16:37

다양한 볼거리
다양한 볼거리
고액 들인 ‘S존’, 투수 공 초속·종속·궤적 포착
초고속카메라-전문카메라맨-해설자 ‘호흡 척척’
갓 배달된 통닭과 하얀 거품이 뽀르르 올라온 맥주 한 캔. 편안하게 누워 있어도 불평할 사람은 없다. 손 안에 리모컨 하나면 4개 구장에서 펼쳐지는 야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덤으로 스타선수들이 예쁜 아나운서와 인터뷰하는 얘기도 들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텔레비전 야구중계, 어디까지 왔을까.

다양한 볼거리

< MBC-ESPN >은 올 시즌부터 서울 잠실과 광주 경기에 에스(S)존을 등장시켰다. 투수가 던진 공의 초속·종속은 물론이고 스트라이크 존에 공이 들어왔는지를 9개로 나뉜 칸으로 보여준다. 에스존 설치를 위해 방송사가 3년 케이블TV 독점으로 고액을 투자했다.

이정천 < MBC-ESPN > 프로듀서(PD)는 “에스존이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졌는지는 지금 알 수 없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 개념으로 설치했다”고 했다. 선수들의 실수나 멋진 수비 장면이 나왔을 때, 비슷한 상황의 예전 경기장면이 수초 후에 전파를 타는데 이는 방송사들이 경기 전 미리 철저하게 준비를 해두기 때문이다. 경기마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의 경우의 수를 두고 그에 관련한 영상들을 모아뒀다가 경기 중 필요할 때 쓰는 것이다.

< MBC-ESPN >은 후반기 들어 ‘라이트 나우’(Right Now) 코너를 등장시켰다. 실시간으로 진행중인 타구장 소식을 단순 숫자가 아닌 중계화면으로 보여준다.

< KBS N 스포츠 >는 선수들을 밀착 인터뷰해 경기 후에 내보낸다. 딱딱한 인터뷰가 아니라 수다식으로 진솔한 얘기들이 펼쳐진다. 8월부터는 그날의 4개 구장 하이라이트 장면을 보여주는 ’아이러브베이스볼’(밤 12시) 코너를 신설했다.


전문화된 화면·해설

전문화된 화면·해설
전문화된 화면·해설
보통 야구장엔 9~11대의 카메라가 동원된다. 이 숫자는 예전과 변함이 없다. 다만, 최근에는 야구 전문 카메라맨이 잡아내는 화면의 수준이 매우 높다. 허구연 <문화방송> 해설위원은 “케이블 방송은 7~8개월 동안 야구 중계만 하기 때문에 카메라 기술이 전문화가 됐다”며 “해설도 카메라맨이 잡는 그림에 따라 하던 방식에서 요즘엔 해설자가 말하는 대로 카메라맨이 그림을 잡아준다. 그만큼 야구를 잘 알고 촬영능력도 뛰어나다”고 했다. 해설자가 관중석에 앉아 있는 재활선수 얘기를 하면, 그 선수 얼굴을 잡아주고 가족 이야기를 하면 그 가족을 찾아내 비춰주는 식이다.

공의 궤적만으로 투수의 구종을 예측했던 과거와 달리 초고속 카메라가 마운드 위 투수가 잡은 공의 그립까지 잡아내면서 해설자들은 더 정확한 구종을 말해줄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해설자가 가끔 잘못된 구질을 말하면 야구 마니아들로부터 질타가 쏟아지기도 한다.

허 위원은 “공중파 중계는 일반 대중들이 야구를 시청하기 때문에 그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하지만 케이블은 마니아층이 많이 보기 때문에 기술적인 것을 좀더 깊이 있게 얘기해주는 편”이라고 했다.

심판은 괴로워

심판은 괴로워
심판은 괴로워
한 구장도 빠짐없이 중계가 되다 보니 피곤한 것은 심판이다. 볼과 스트라이크 판정부터 세이프, 아웃 판정까지 팬들도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살펴보기 때문이다. 긴박한 상황은 여러 번 반복돼 오심이라도 나오면 다음날 한국야구위원회(KBO)에는 ‘심판을 징계하라’는 항의전화가 빗발친다.

방송사 프로듀서들도 팬들의 항의전화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해설위원이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를 질책하기라도 하면 프로듀서에게 전화해 “편파중계 하지 말라”며 성화를 부린다. 구단 직원들도 방송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바빠졌다. 경기 전 요구하는 인터뷰가 많아졌고, 방송과 관련된 자료 요청도 부쩍 늘었다. 열혈팬들은 방송사에 따른 팀별 승패를 따져, 승률이 안 좋은 방송사가 중계사로 잡히면 미리부터 한숨을 쉬기도 한다. 전 경기가 중계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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